햄스터 새끼들, 이렇게 귀여운데 왜 분양이 안 될까요?
※ 본 내용은 햄스터를 키우는 가정에서 일어나기 쉬운 상황을 가상으로 만들어낸 동화입니다. 햄스터는 강아지와는 달리 특이사항이 많은 동물이지만 아무런 지식 없이 키우는 가정이 많기 때문인데요.
동화를 읽으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햄스터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 중입니다. 잘못된 내용이나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면 댓글이나 메일 주시면 검토하겠습니다.
둥둥이와 댕댕이가 하루가 다르게 크더니 이제는 거의 제 수호천사 동동이만 해졌어요. 케이지를 따로따로 나눠준지도 오래되었답니다. 그 사이 햄스터들과 재밌는 일들이 너무 많았어요.
같이 노래도 부르고 피아노도 치는 것은 물론이고 제가 직접 만들어준 미로 찾기에서도 재밌게 놀았답니다. 저는 그리고 햄스터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해서 이제 제법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어요.
특히 미로 같은 것을 만들어 줄 때도 해로운 종이박스 같은 것을 안 쓰고 좋은 재질로 된 것들만 이용했는데요. 싸구려 제품들을 쓰다 보면 햄스터 건강에 나쁘다고 하더라고요.
한 번은 아빠가 동네 반려동물 용품점에서 햄스터 사료를 사 왔는데 싸구려 저급 사료더라고요.
제가 아빠에게 화를 냈는데 미안했어요.
아빠가 그러더라고요. 반려동물 용품점에서 좋은 것 달라고 했는데 이것 주더라고요. 반려동물 용품점은 대부분 개나 고양이 제품만 많아서 햄스터용 사료는 종류가 몇 개 없는데 그나마도 저급 사료밖에 없거든요.
적어도 반려동물 용품점을 운영하시면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싼 제품이나 이윤이 많이 남는 제품을 갖다 놓는 경우가 많아서요. 그래서 저는 조금 비싸도 좋은 제품으로만 인터넷으로 구입해서 먹이고 있답니다.
우리 집 햄스터 세 마리 중에 제일 재밌는 아이는 댕댕이예요. 요새 댕댕이는 매일같이 탈출할 꿈만 꾸는데요. 스파이더맨처럼 천장에 붙어서 기어 다니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는데 그래도 굴하지 않고 매일 반복해서 웃음을 준답니다.
"동동아 댕댕이 너무 귀엽지? 쟤는 지치지도 않나 봐. 매일같이 떨어지면서 매일 매달리네"
"그러게 젊은 게 좋은 거지. 나도 일주일만 젊었으면 저렇게 도전해볼 텐데 이젠 자신 없네 하하하"
"동동아 뭔 소리야 그게.. 네가 댕댕이나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내가 보기엔 둘 다 똑같아"
"하하 아니야 유성아. 댕댕이는 사람 나이로 치면 이제 유치원 들어가는 아이지만 나는 이미 대학교 졸업반 정도 되었단 말이야. 햄스터 평균 수명이 2년이 채 안되니까 나랑 댕댕이는 차이가 많이 나지"
"아... 동동아 2년이면 너무 짧다. 너랑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은데"
"응 그래 나도 유성이 너랑 오래오래 있고 싶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 산 햄스터는 4년 반도 넘게 살았다고 하니까 내가 좀 도전해볼게. 너무 걱정하지 마"
"응 그래. 나도 동동이 너랑 둥둥이랑 댕댕이랑 모두 모두 건강하게 살도록 애쓸게"
딩동 딩동.
"아 수아구나 들어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응 그냥. 너희 집 아인슈타인 잘 있나 궁금해서. 아 여기 있구나. 동동아 잘 지냈어?"
"응 수아야 동동이 잘 지내고 있고 둥둥이와 댕댕이도 잘 지내고 있어. 너희 집 새끼들도 잘 지내고 있니?"
"아니 유성아 우리 이제 새끼들 두 마리밖에 안 남았어. 분양을 해주고 싶은데 다들 어렵다고 하더라고"
"동물병원에 갔다 주려고 해도 필요 없다고 하고, 엄마가 교회 사람들 단톡 방에다가 분양광고 냈는데도 아무도 찾지 않더라고"
"아 그래? 그게 정말 안타깝네. 필요해서 찾는 사람에게는 나타나지가 않고 반대쪽에서는 맡길 사람이 없어서 고민하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두 마리는 어떻게 된 건데?"
"응 우리 아빠가 뒷산에 방생해 주었어. 그렇지 않아도 얘네들을 어찌해야 고민하던 터였는데 그만 아빠 손을 물었다지 뭐야. 아빠가 무는 놈들은 용서 못한다고...해바라기씨랑 사료랑 많이 챙겨서 소나무 옆에 풀어주었어. 날이 많이 따뜻해졌으니까 자연으로 돌아가서 자유를 느끼면서 살라고 말이야"
그때였어요. 동동이가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아 그건 방생이 아닌데... 불쌍한 아이들.... 아...."
동동이의 한탄이 들렸지만 수아를 위로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번에 비슷한 내용을 들은 적이 있었어서 방생된 새끼들이 걱정됐지만 어쩔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수아야 속 많이 상했겠다. 좋은 데로 갔을 거야 힘내"
"응 유성아 새끼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는데 햄스터 케이지만 6개에다가 자꾸 얘들이 탈출하니까 엄마 아빠가 너무 힘들다고... 특히 그 두 마리는 아빠 손가락을 물기까지 해서 어쩔 수 없었어"
"그래 이해해... 너희 엄마와 아빠가 얼마나 잘해주셨는지 아니까.... 힘내"
"아빠 말로는 하루를 살더라도 자유롭게 사는 게 햄스터들이 행복한 거라고 하셨어. 그리고 생각보다 오래오래 잘 살 수도 있다고 하셨고"
"그래 수아야. 그랬으면 좋겠다. 아마 그럴 거야. 너무 속상해하지 마"
수아는 마음이 울적했지만 제 위로에 조금 마음이 놓이는 듯했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한라봉차를 한잔 주어서 집으로 돌려보냈답니다.
"동동아 햄스터 새끼들 아직까지 잘 살고 있을까? 날이 춥지 않으니까 잘 살 수 있을지도 싶은데"
"아니 그렇지 않아. 게네들 다 죽었을 거야. 보통 그렇게 버려지면 하루도 넘기지 못하거든."
"왜? 원래 시리아 햄스터는 야생에서 살았었잖아?"
"맨 처음부터 야생에서 태어났다면 다를 수 있지. 하지만 적의 침입으로부터 보호받는 케이지 안에서 태어난 햄스터들은 산에 버려지는 순간부터 수많은 적에게 먹잇감으로 노출되는 것이거든. 게다가 우리나라는 산이라고 해도 햄스터가 숨을 곳이 마땅하지가 않아. 어떻게 숨어야 하고 먹이는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엄마에게 배운 것도 아니고. 그러니 그냥 어영부영하다가 죽는 거지. 또 하나 문제점은 우리 같은 햄스터가 스트레스에 아주 민감하다는 것이거든. 전에 내가 얘기했었지. 시력이 나빠서 냄새와 청각에 주로 의존하다 보니 겁이 많다고. 그런데 불안한 것처럼 큰 스트레스가 또 없거든. 그래서 낯선 환경에 놓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여서 그 자체로 죽기도 해. 특히 밤이 되면서 기온이 떨어지면 더욱 크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자기 다리를 물어뜯으며 자해하는 햄스터도 많거든. 그러니 산속에서 풀어주는 건 사실 방생이 아니라 살생인 거지"
"아 동동아 말만 들어도 정말 끔찍하다. 그런데 정말 번식력이 너무 좋아서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 같아. 애초에 출산 안 하도록 해야 할 텐데. 에휴. 설마 둥둥이와 댕댕이 중에 수컷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이제 막 불안하다니까"
"글쎄 댕댕이는 매일같이 케이지 밖으로 나가려는 것으로 봐서 어쩌면 수컷일 수도 있을 것 같아. 보통 암컷은 저렇게 활동적이지는 않거든. 봐서 생식기 주변하고 항문 하고 가까운지 먼지 한번 살펴보렴. 이제쯤이면 어느 정도 분간이 갈 거야"
"그래 동동아. 지금은 자고 있으니까 내가 조만간 확인할게"
수아가 돌아가고 동동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는 저는 둥둥이와 댕댕이의 형제자매들을 위해 기도를 했어요.
"하나님... 둥둥이와 댕댕이 가족이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게 해 주세요. 그리고 다시는 버려지는 햄스터가 없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