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이의 마지막 말을 질문으로 바꿔서 따라 해 주세요.
우리 아이가 내성적이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서 얘기를 잘하지 않는다면 유튜브 영상을 제작할 때 아이의 생각보다는 부모의 의견이 더욱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을 만들려는 목적 자체가 아이를 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키우고 싶은 것이라면 어렵더라도 대화를 늘려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경우 아이와 곧바로 대화하려고 하기보다는, 미리 내용을 알려준 후 언제 얘기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너무 피곤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얘기하자고 하면 '괜한 일을 벌였구나' 하며 싫어하기 마련입니다. 아이의 기분이 나쁘지 않을 때 아이의 시선으로 생각해 본 후 대화하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저희 역시 그랬습니다. 유성이가 어느 날부턴가 말수가 적어졌는데 좀 더 많은 대화를 위해 '우리 한 시간 있다가 얘기하자', '주말에 맛있는 것 먹으면서 얘기하자' 식으로 부탁을 하니 좀 더 대화가 수월해졌습니다. 아마도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본인 스스로 부모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기 때문으로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대화할 때는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얘기를 상대방이 잘 들어주고 공감한다고 느낄 때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응', '그렇구나', '어 그래', '그게 재밌어?', '그게 대단해?' 식으로 관심 없다는 반응이나 면박을 준다면 좋았던 기분도 금세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와 대화를 잘 이끌어가려면 아이의 시선으로 긍정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 속에 담겨 있는 긍정적인 의도를 부모가 알아줄 때 무척 기뻐하는데 그러려면 좀 더 깊이 있는 대화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것은 마지막 말을 반복해서 따라 하면서 질문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일례로 유성이가 동물원에 관해서 얘기할 때 "내가 보기엔 다 귀여웠지만, 그중에서도 하마가 제일 귀여웠어"라고 말할 때를 생각해 봅시다. 보통의 아빠들은 "하마가 뭐가 귀여워, 사막여우가 훨씬 귀엽지 않니?"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정답은 마지막 말을 따라 해서 "하마가 제일 귀여웠어? 그랬구나……. 그럼 왜 그렇게 생각했어? 하고 앞의 말을 받으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마지막 말을 질문형으로 따라 하는 것은 오래된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기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효과가 좋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은 이 사람이 내 말을 귀담아듣고 있다는 생각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은, 마지막 말을 따라 하는 것에서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또한 비단 어린이뿐만 아이라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유용하다 싶은데요. 다만 너무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안 주는 것이 중요한 만큼 말과 함께 표정과 제스처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아빠의 조언] 똑같은 말도 대화하는 장소와 타이밍이 중요해요!
저는 대학교 4학년 때 여상(여자 상업 고등학교)으로 교생(교육 실습생) 실습을 나가 엑셀 등의 컴퓨터 과목을 가르쳤습니다. 수업시간 외에는 주로 상담교사 역할이었는데 한창 예민한 사춘기 여고생들이라 고민의 주제도 다양했습니다. 가정불화, 이성문제, 외모 콤플렉스, 진로 등이 대부분이었는데 남자 선생님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벽도 존재했습니다.
무언가 상담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듯해 고민할 때 현직 선생님께서 대안을 제시하는데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말고 잘 들어주는데 집중하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어쩌면 정답은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학생들과의 상담이라는 게 고민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공감해 주면서 같이 고민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선생님의 조언은 정확했습니다. 제가 굳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서로가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상대방을 바라보며 듣는 자세와 대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도 다양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개를 간간히 살짝 숙이면서 공감하는 것.
때로는 '힘들었겠네', '많이 속상했겠구나', '잘 참았네', '장하네', '나라도 너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식의 공감하는 말들 만으로도 대안을 제시하는 것 못지않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더욱 크게 감탄했던 것은 대화의 장소와 분위기가 정말 큰 역할을 하는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교생실습을 나간 여자상업고등학교는 매년 5월에 학생들과 교사가 학교 운동장에서 1박 2일 '꾸러기 캠프'를 진행했습니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말썽꾸러기들과 선생님들을 학교 운동장에 모아놓고 텐트를 십여 개 설치해 1박 2일을 함께 하는 것인데요.
5명 정도를 한조로 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조별로 담당 선생님을 배정했었습니다. 운동도 하고, 연극 발표도 하고, 장기 자랑도 하고 마치 드라마에서나 보던 옛날 시골마을의 운동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직접 대본을 쓰며 준비한 연극은 너무나 생생해서 놀랐었는데요.
주제 선정부터 연기까지 아이들이 전부 다 하는데 '임신한 친구, 어떡해야 하나요?'처럼 주제의 솔직함과 다양성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밤에 교실 옥상에서부터 횃불이 내려와 운동장의 장작불에 붙으면서 환해지자 주변이 모두 행복해했던 캠프파이어는 정말 너무 멋졌는데요.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은 후 텐트에 앉아서, 혹은 잠시 산책하면서 나누는 대화는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도록 솔직하고 진솔한 얘기들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때 그 학교의 멋진 선생님들이 참 존경스러운데요. 비록 교사의 길을 걷고 있지는 않지만 상대방의 시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진솔한 대화를 위해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여상의 선생님들이 참 멋졌구나 하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은 꼭 고등학생들만의 얘기는 아니었어요. 교생 실습 이후 저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에 보람을 느껴서 반년 가량 복지관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리켰는데 어린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결손가정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방이 관심 있게 듣는지 여부를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바쁜 일이 있어서 조금만 건성으로 반응해도 금세 토라져 버리기 일쑤였으니까요. 또한 아이들이 많이 있을 때 하는 얘기와 둘이서만 얘기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눈높이를 맞춰 얘기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이가 방바닥에서 놀고 있을 때 아빠가 식탁 위에 앉아서 얘기하는 것만큼 나쁜 것도 없습니다. 내려다보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 있으니까요.
아이와 말할 때는 불편하지 않은 시선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미소를 짓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어렵고 불편한 얘기 같은 것은 앞서 얘기한 '꾸러기 캠프'처럼 분위기가 좋을 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친구와 싸웠는데 좀처럼 왜 그런지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아빠가 시간 될 때 아이를 붙잡아 놓고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말할 준비가 되었을 때 들어주어야 소통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와 대화가 어려울 땐 자전거를 타러 가서 신나게 질주해 보세요. 놀이동산이나 동물원에 가는 것, 미술관이나 과학관, 극장에 같이 가는 것도 너무 좋습니다.
무엇이든 아이가 좋아하는 체험활동을 함께 한 후 예쁜 카페에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어보세요. 아이스크림만 맛있다면 얘기는 충분히 잘 될 것입니다. 물론 아이가 얘기하는 마지막 말을 따라 하면서 얘기하는 것은 꼭 기억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