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장 깊은 곳이 바다에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아
큰 행성을 삼키는 블랙홀이 우주에 있다는 사실도 믿지 않아
화성이 불모지라는 얘기도 거짓말이야
달에는 이미 다리가 네 개인 인간이 살아
마치 하늘을 나는 스파게티처럼
하여튼 나는 모든 것을 믿지 않아
내가 믿는 것은 살아가며 알아차린 것들 뿐
가장 깊은 곳은 눈동자 뒤에 있고
블랙홀은 사실 나의 공책 속에 있으며
화성과 달에는 외계인들이 있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골든 레코드는 절대로 우주에 남을 수 없어
미스터리 서클 속의 고요는 창백하고 아름다워
나는 창문에 입김을 불어 너의 이름을 만들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지르듯 지워버려
봐, 내 손 안에서 문장이 폭발하잖아
비밀은 언제나 여기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이제 그만 고개를 돌리고 주저앉아 등잔 밑을 봐
손을 넣어 봐
영영 따뜻할 거야
Brunch Book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