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깊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by JAY

주제가 깊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장에 발목이 잠겨 빠져나올 수 없다면,
사랑하게 되는 단어들이 있다면 좋겠다고

윤슬이 반짝이는 것을 볼 때
볕뉘에 비친 자잘한 그림자들을 볼 때
내가 문장을 알고 있더라면
그것을 더욱 깊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오 월은 만남의 달이고
오직 파도가 홀로 깎아 만든 절벽은
앞으로 오백오십 년 후에는 사라지고 만다

사랑의 고백은 헤어짐의 언어임을 알아야 했다
만남의 달은 작별의 달,
내가 발목까지 찰랑이는 물에 대고
신앙 고백을 했을 때,
일순 고요함이 있었다

나는 이제 그것이 종언이었음을 안다
흰 베일을 덮은 종교인의 모습처럼
아름답고 돌아올 수 없는,
모순의 예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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