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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박모임 중단결심!!!

중단이라 쓰고 회피라 읽음

by 슬기

별일 없이 무탈한 시간이 잔잔하게 흐르고

우리 부부는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매주 화요일은 단도박모임에 가는 날이다.

내가 이 모임을 열심히 참여해도, 전혀 참여하지 않아도, 내킬 때만 가끔씩 나가도,

내가 어떻게 해도 남편의 선택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도박 앞에 무력하다는 걸 배웠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도박모임에 나가는 이유는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친밀해지고 마음을 공유하고 각자의 힘듦을 내려놓고 편안해지기 위해서이다.

나의 회복을 위해서 시간을 쓰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현재 내 상태는

일상을 회복했고 남편이 늘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만약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하면 된다. 우리가 정한 대로 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 대체로 평안한 상태인데

화요일마다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듣고

나에게도 분명히 존재하는 불안한 마음과 부정적인 생각을 가감없이 전부 털어놓고 나면 왠지 더 우울해지고 내가 불쌍하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게 확실시되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혼란스러웠다.

일상의 나는 지금 만족스럽고 괜찮은데

단도박모임에 참여하는 나는 위태롭고 불안한 사람, 다른 사람들이 너무 부정적이고 극단적이라 걱정하는 사람인 것이 마음에 걸리고 불쾌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래서 모임장님께 혼란스러운 내 마음을 전달하고 당분간 모임에 참여하는 걸 중단하고 일상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어떤 선택이든 존중하고 응원하신다는 대답에서 깊고 진중한 그녀의 마음이 느껴졌다.


나는 나를 소모하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모든 것들을 차단한다.

도망이다.

휩쓸릴까 무서워서 도망치는 거다.

도망이든 차단이든 뭐든 어떻게든 나를 지키는 거다.

나는 내가 너무 소중하다.

나는 망할 수 없다. 망쳐지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아프지 않고 괴롭지 않고 편안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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