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이렇게 쓰니까 쫌 웃기긴 하네.
도박에 빠지고 돈을 탕진하고 빚을 진 건
나쁜 행동이고 진짜 나쁜 놈이지만,
남편은 원래부터 마음이 넓은 사람이긴 했다.
감정기복도 별로 없고 그냥 늘 잔잔한 물 같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을 때도 많았다.
나는 화가 나거나 즐거운 걸 못 숨기는 사람이다.
생각은 많고 게으르다.
남편은 우리 집에서 가장 깔끔하고 청결에 신경을 쓴다.
나는 집안일이 아직도 어렵다.
마트에 가서 장을 잔뜩 봐놓고는 칼국수를 사 먹는다.
술 끊는다고 해놓고 또 마시고 또 마시고 그다음 날
아무 일도 못하고 앓아눕는다.
남편은 이런 나를 계속 봐주고 용서해 준다.
어제는 밤을 새워서 대리를 하다가 오늘 아침에 집에 들어왔다. 월요일이라 많이 못 벌었단다.
"여보가 돈을 좋아하니까 내가 많이 벌어서 갖다 주고 싶어. 내일 14만 원 통장에 들어갈 거야."
(남편이 본업으로 버는 돈은 그냥 바로 내 통장으로 입금이 된다.)
나는 이런 여보가 사랑스럽다.
내가 온전히 이 사람을 믿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지 못하는 게 너무 괴롭다.
언제나 한 30프로 정도는 배신당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혼할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자 우리 아이들의 아빠인 고마운 사람에게 내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산다는 게 너무 힘들고 괴롭다...
우리는 결국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