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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이 재발하는 날

나는 어쩌면

by 슬기

나는 어쩌면 차라리 빨리 그 일이 일어 버리기를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또 도박에 손을 댄다면 우리는 이혼하기로 했다.

각자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고 마음 편히 살기로.


우리가 만약 이혼을 한다면

나는 행복을 찾아 떠나려고 이혼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그만 불안하고 싶어서이다.

더 이상 남편에게 환멸을 느끼고 싶지 않고

그래도 애들 아빠인데 더는 실망하고

미워하고 싶지 않아서 헤어지는 것이다.

나랑 헤어져도 알아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도박도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맘껏 하고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

나는 더 이상 남편이 도박을 할까봐 걱정하고

신경 쓰지 않고 불안에서 해방되어

혼자 살게된 것에 기쁜 마음이 들 것 같다.

이혼 그거 별것도 아니다.

애들은 좀 슬퍼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도박중독자 아빠는 차라리 없는 게 더 낫다.


얼마 전에 남편이 우리 5년 안에 지하주차장이 있고 방이 4개 있는 아파트로 이사 가자는 말을 했다.

솔직히 남편과 함께인 미래가 잘 그려지지는 않는다. 언젠가부터 나는 미래가 전혀 기대되지 않고 매일 이별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너 그럴 줄 알았어.

난 괜찮아. 이미 대비하고 있었거든.

하고 말할 준비.


정말 그날이 온다면 어떨까?

내가 원하던 대로 담담하고 시원할까?

아니면 속수무책 무너질까?


아 이런 걸 생각하는 내 인생이 갑자기 너무

불쌍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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