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가 어렵다

by 햇살정아

난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가 어려웠다. 지금도 여전히 아버지가 편하지 않다.


세네 살 때쯤 일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나에게 트라우마와 같은 사건이기도 하다.

나는 만화, 아버지는 권투를 보겠다고 리모컨 쟁탈전이 벌어졌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부녀의 난.

결국 아버지가 승리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던데, 이때부터 우리는 늘 부모가 자식을 이겼다.

나는 분에 못 이겨 소파에서 천장이 닿을 정도로 미쳐 날뛰었다.

무작정 막무가내로 징징거렸다. 아버지는 그것을 참지 못하고 엄청나게 나를 혼내셨다. 매보다 더 무서운 아버지의 눈총에 나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 일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마음에 장벽을 쌓게 되었다. 아마 죽을 때까지도 아빠랑 다정하게 말 한마디, 손 한번 못 잡아볼 것 같다. 나중에 후회가 될 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빠가 어렵기만 한걸 어찌할까.


그 뒤로 나는 아빠를 하늘처럼 무서운 존재로 여기며 살았다.


딸바보나 친구 같은 부녀관계와는 정말 거리가 멀었다. 드라마 속 애교 많은 딸이 나오면 괜히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아버지가 나를 그렇게 만들어놨는데 아버지한테 살갑지 못한 내가 큰 잘못이라도 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숨을 죽였다.


결혼을 하고도 친정 근처에 살고 있기에 자주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의 얼굴과 목에는 주름이 생기고, 머리숱도 빠져서 대머리 아저씨가 되었다. 외모는 세월을 못 속이지만 삶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는 여전히 강건하시다. 새벽 4시부터 일어나셔서 피아노 한 시간씩 연습하시고, 산으로 운동 다녀오시고 아침식사 후 출근 하신다. 오후에는 색소폰 연주나 골프라운딩을 즐기신다. 친구분들과 여행도 자주 가시며 인생을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계신다.


아버지는 행복한 워라밸을 즐기는 분이다. 힘든 일정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지치지 않고 오히려 더욱 활기차게 움직이신다. 젊었을 적부터 자기 관리가 철저한 분이셨기 때문이 아닐까?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보조제로 건강을 챙기셨고, 언제나 흐트러지지 않는 삶의 자세.


생각해 보니

아버지의 아버지, 나의 할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다.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늘 꼿꼿하셨다. 아버지도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라 서였을까? 늘 말끔하고 단정한 모습을 유지한다. 그러고 보니 나와 내 동생들도 아버지랑 비슷하다. 아버지가 무서워 그림자도 못 받을 정도로 어려웠는데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나 보다.



비록 아버지의 따뜻한 잔정은 받지못했지만

우리에게 삶의 올곧은 모습은 제대로 보여주신 분.

아버지를 어려워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


아쉽지만 아버지와 알콩달콩한 관계는 이번 생은 패스, 꼭 다음 생엔 살가운 딸로 태어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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