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바쁜 아빠는 집에서 식사시간에도 신문만 읽느냐 한나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는다. 일에 파묻혀 집에서도 일만 하는 아빠, 그것을 바라만 봐야하는 한나. 한나는 고릴라를 생일 선물로 받고 싶었지만 고릴라 인형을 받고 실망한다. 한밤중에 고릴라 인형은 살아 있는 고릴라가 되어 한나와 함꼐 동물원에 가고, 고릴라가 슈퍼맨인 영화도 보고, 춤까지 추면서 그들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한나에게 고릴라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넘어서 아빠와 소통하고 싶은 꿈이기도 하다.
<<고릴라, 앤서니브라운>> 그림책 이야기 일부다.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라 마음이 더욱 저릿했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출근하고, 퇴근해서도 일만 하는 우리 집 아빠. 아이들이 아빠랑 운동하러 나가자고 하면 내일 당장 팀장님께 보고해야 되는 자료를 만들어야 된다고 내일로 미룬다. 하지만 내일도 바쁘거나 회식이거나. 주말까지 책상에서 붙박이처럼 딱 붙어 일을 한다. (육아에 참여하기 싫거나 살림에 동참하기 싫어서 혹은 마누라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주구장창 책상 앞에 앉아 있을련지도 모르지만....^^ 바쁜것으로 믿기로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늘 바쁘게 동동거리는 남편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그것을 즐기는 것 같은 모습에 대단하다고 엄지 척을 보내준다.
사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직접적으로 육아와 살림에 도움 되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아이들 책 한 권이라도 읽어주길 바랐고, 목욕이라도 대신시켜주길 바랐는데 그럴 만한 시간도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티격태격 우여곡절을 보낸 후 '각자 잘하는 것을 잘하자!'로 결론을 내렸다. 남편이 잘할 수 있는 일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분리하고 그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남편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으니 가정의 평화가 찾아왔다. 아이들 어렸을 적부터 이렇게 지내오다 보니 바쁜 아빠는 자연스러운 우리 집 일상이 되었다. 모든 일들은 엄마이자 와이프인 내가 도맡아 하고, 아이들도 아빠보단 엄마한테 더욱 의지를 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하는 나와 내가 열심히 한 만큼 능력을 인정받는 남편을 보면서 한때는 마음이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였다.
"나도 일하고 싶다고~~" 이렇게 부르질렀지만 막상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몰랐고 막연히 두렵기만 하였다.
그렇게 고민고민 하던 차 자기 계발서 "역행자"를 읽게 되었다. 특별할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예상한 그 내용이었지만 나의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그곳에서 보석 같은 '22전략'을 발견하게 되었다.
2년 동안 매일 2시간씩 책 읽고 글쓰기!
그렇게 나는 22 전략을 실천하며 근 1년을 이어오고 있다.
매일 읽고 쓰면 달라지는 것이 과연 있을까? 의심스러운 맘이 조금이라도 보이려고 들면 얼른 싹을 싹둑 잘라버렸다. 어떠한 부정적인 그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그렇게 나는 마음을 먹자 아웃풋이 없던 나의 삶에 여러 가지 아웃풋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 맛을 알게 된 후 나 역시도 조금씩 독서와 글쓰기에 즐겁게 중독되어 간다.
나의 하루 일과의 우선순위가 달라졌다. 아이들 숙제검사에서 내 숙제검사로! 나의 할 일들이 쌓이다 보니 아이들은 점점 뒷전이 되어간다.. 수학 문제집 채점도 건너뛰게 되어 주말에 몰아서 하기도 하고, 입으로만 숙제했니? 이따 해~ 아이들에게만 머물러있던 나의 시선이 옮겨졌다. 큰일 날줄 알았는데.... 세상에~! 너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아빠가 매일 열심히 사는 뒷모습을 보면서 본인들도 자신의 일들을 더욱 책임감 있게 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어떤 일에도 중독되어 본 적이 없었다. 늘 미온수처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밍숭밍숭했던 나.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젠 좀 다르게도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