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뭐 별건가? 별거 없이 시 쓰는 법
하나의 대상이 단조롭다면 좀 더 다양한 이미지를 끌어들일 방법도 있다. 한정된 공간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먼저 시선을 집중시킬 공간을 정해보자.
이번에 상상해볼 공간은 ‘카페’로 정했다. 많은 사람이 오가고 다양한 소품들이 있는 공간이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테이블과 의자, 계산대, 커피머신, 알바생, 손님. 그리고 어떤 손님이, 어떤 음료를 마시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다 보면 끝이 없을 정도다. 하나의 공간에서 무수히 많은 소재들이 나왔다. 그렇다고 이 대상들을 모두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우리는 공간에 속성을 분명히 들어내고 소재 간의 연관성에 집중해야 한다.
1. 공간에 대한 자세한 관찰: 연관성 있는 대상 고르기
_어떤 걸로 드릴까요?
요즘 사람들은 카페를 참 좋아한다.
거리를 점거한 커피 프랜차이즈
골목골목 북적이는 개인 커피가게
거리에도 골목에도
카페가 범람한다.
아메리카노
프라푸치노
카페라떼
핫초코
얼그레이
카페 문턱 너머로
아메리카노가 걸어 나간다.
모던한 슈트에 목을 조아 멘 넥타이
거무튀튀한 표면에 허옇게 뜬 크래마
한 모금 물고 쓴 침을 탁하고 뱉는다.
다음으로 프라푸치노 두 잔이 나간다.
핑크색 블라우스와 폴카돗 흰색 셔츠
곱게 간 알갱이에 듬뿍 얹은 생크림
두 빨대를 번갈아 한 번씩 빨아댄다.
핫초코 몇 잔, 카페라떼 몇 잔이 나간다.
귀를 찢는 굉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수다소리
테이블이고 바닥이고 쏟아낸 갈색우유
한 많은 입술에 곱게 바른 우유거품
크고 작은 손으로 입가를 닦아낸다.
얼그레이가 걸어 나간다.
스티커가 방정맞은 노트북 멋들어진 책 한 권
아슬한 실오라기에 매달린 육중한 새싹뭉치
맹맹한 물맛에 별 생각 없이 들이킨다.
손님, 어떤 걸로 드릴까요?
아, 저는….
빼곡한 메뉴에 정신이 혼미하다
나는 무어냐
이 시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은 ‘자신의 정체성 혹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1연과 2연에서 먼저 한정된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독자는 ‘카페’라는 단어를 통해 머릿속으로 무수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이미 뒤이어 전개될 이미지들을 예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특정한 공간을 통해 독자들의 상상을 한정 지은 것이다. 3연에서는 몇 가지 음료를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에 한 번 더 제한을 건다.
2. 이해를 위한 친절한 연출: 독자의 상상 제한하기
뒤이어 각 음료와 각 손님들의 행동들을 묘사하고 있다. 4연의 아메리카노는 ‘정장’을 입고, ‘거무튀튀하고 허옇게 떠’있다. 그리고 씁쓸하게 ‘침’을 뱉는 행동을 보인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피곤에 찌든 직장인’을 상상할 수 있다. 아메리카노를 특정 인물들로 떠올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연관성’이다. 독자가 알고 있는 아메리카노의 속성과 직장인의 속성 사이에 연관성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처럼 의도된 연출을 통해 5연에서는 연인의 모습을, 6연은 엄마들과 아이들을, 7연은 프리랜서 내지 대학생을 상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후 주문을 머뭇거리는 화자가 등장한다. 앞서 분명한 속성과 의미를 가진 음료와 인물들과는 대조된다. 굳이 독자가 의미를 해석하려 하지 않아도 화자의 소외감을 상상할 수 있다.
3. 이해에서 상상으로의 확장: 의도된 연관성으로 상상 더하기
‘사물에 집중하기’는 특정 사물을 지켜보거나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나의 이미지로 전개되기 때문에 조금 난해한 표현을 사용해도 한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사과를 어떻게 썰어놔도 사과라는 것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단지 어떤 의미를 담느냐에 따라 ‘맛있는 사과’ 혹은 ‘어머니가 생각나는 사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1. 사물에 집중하기: 떡밥풀기와 회수가 쉬움 vs 전달할 수 있는 이미지가 한정적
‘공간에 집중하기’는 공간 안에서 오가는 다양한 대상을 표현한다. 때문에 보다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 반면에 표현한 이미지들이 충분한 연관성을 갖지 못한다면, 단순한 풍경 묘사로 끝나버리거나 독자가 시점을 잃어버릴 수 있다. ‘어떤 공간’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분명해야 한다. 대상 간의 연관성과 이를 바라보는 화자의 태도가 확실히 나타내야 할 필요가 있다.
2. 공간에 집중하기: 다양한 이미지 전달이 가능 vs 더 친절한 정보전달이 필요
정보를 어떤 분위기로 연출하는가, 어떤 상상을 이끌어내는가에 독자의 공감 여부가 결정된다. 다양한 장면 장면을 슬라이드 지나가듯 묘사하거나, 움직임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다만 ‘사물에 집중하기’와 ‘공간에 집중하기’가 독자를 이해시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