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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Nov 10. 2019

새벽녘의 위로

21살 여름, 비가 오는 새벽 창가에 누워

또록, 또로록     


새벽녘을 수놓아

회남색 짙은 비단결에

은빛 꽃이 피었다


넋 잃은 가슴도

저 한 송이 꺾어두면

은빛에 젖어들까


잠 못 이룬 새벽녘

괜스레 마음만 토닥인다

  

또로록 또로록.   

  

차오르는 새벽 끝

꽃잎 떨군 꽃비단은

잿빛으로 번졌고     


밤새어 적신 가슴

찰랑일까 하였는데

얼룩만이 남았구나

  

빗방울 도닥이는 새벽녘

텅 빈 가슴 무겁게 젖어든다


또록 또로록, 또로록 똑



밤새 쏟아지는 비는 백색소음으로 시끄러운 듯 조용히 세상을 매운다. 

그 빗소리를 듣고 있자면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 것이 울적하기도, 편안하기도 하다.


쓸데없는 생각이 나다가도, 복잡한 것들이 빗소리에 씻겨나간다. 

빗소리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고 멍하니 정신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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