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에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도로 한켠, 홀로 선 단풍나무
가슴으로 바람을 품는다
빨갛게
가슴을 달구고
입술을 적시며
두 손을 감싸듯
빨갛게 가을에 물든다
벽돌 사이 촘촘한 무명 잡초
가슴으로 바람이 불어 든다
누렇게
가슴을 적시고
입술을 녹이며
두 손을 비비듯
누렇게 가을에 물든다
북녘에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그렇게 가을은 찾아왔다.
나는 적잖게 적적하고 쓸쓸한데,
꼭 붙은 연인은 간지러운지 까르르 웃더라.
내 이름 석자 불러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