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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Sep 03. 2019

듣다가 보니

21살 겨울, 오늘 유독 그녀석이 거슬린다.

책상 위에 작은 스피커 하나

구멍이 송송한 스펀지를 반쯤 덮은

보드랍고 반듯-한 녀석입니다  

    

노랫말을 포근한 목소리에 돌돌 말아

앞에 앉은 내게로 나긋이 속삭입니다


좋디 좋은 멜로디에 귀 기울이길 한참


스펀지 비비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귓바퀴를 핑그르르 돌다 흩어지길 반복합니다     


무슨 심술이 돋았는지

좀처럼 멈출 줄 모르는 잡음


한껏 눈살을 찌푸리다 녀석을 움켜쥐고

귓가로 가져다 대었습니다


손바닥에 움찔대는 미세한 떨림

귓구멍으로 기어드는 마른 노이즈

녀석이 썩 내키지 않습니다


조만간 다른 녀석으로 바꿔야 할 듯싶습니다.



스피커가 안 좋은 탓인지, 내 귀가 변덕인지.

처음부터 노이즈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유독 거슬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면 볼수록 탐탁지 않는 것들이 있다.

딱히 그것들이 변했다거나 본모습을 숨겼다거나 그런 건 또 아니다.

처음에는 신경 쓰이지 않던 것들이 그저 신경 쓰이기 시작했을 뿐,

사소한 하나하나가 크게 거슬리기 시작한다.


거슬리는 녀석의 잘못일까, 내 마음이 변한 걸까

내 마음이 변한 거라면 그건 내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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