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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Dec 01. 2019

고장

22살 봄,  시계 소리에 낚였지 뭐야

째깍.


째깍.    


째깍.


1초를 놓치지 않는 초침이 있다

한보 한보 밀려나도 오직 전진!


갈 길이 멀다

쉴새가 없다

앞으로 나아가자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샛길 일절 없이

치닿는 3시 45분


오늘은 흐를까

내일에 멈출까   


정확히 초에 맞춰 한 발!

쳐질세라 안간힘으로 전진!

째깍째깍 숨이 차도 오직 전진!


전진!


전진!


전진!



늦은 저녁, 유난히 시계 소리가 크게 들리던 날이었다.

고장난 시곗바늘이 지나가지도, 멈추지도 못 한 체 째깍거리고 있었다. 

시계를 멈추고 건전지를 바꿀 법도 했지만 그냥 두었다. 


시곗바늘은 그 며칠을 같은 시, 같은 분에서 1초를 지났다 밀렸다를 반복했다. 

째깍째깍 요란하게도 움직이고 있었지만, 똑같은 제자리였다.


내 처지가 저 시곗바늘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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