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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Jul 22. 2020

멍이 든 일기장

26살 겨울, 냉소적인 위로

매일 밤 시 한 편을 놓는다  

짧은 글이지만서도 어찌나 오래 걸리는지

쓰는 시간도, 담긴 시간도 결코 짧지 않다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하고

한 글자만 삐끗해도, 아차!

소심한 가슴을 철렁인다


한참을 적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게 날새워 박박 닦아냈다


그런들, 움푹 팬 자국이 지워질까


한 번 더 꾸욱 짓이겨 보지만

울며불며 종이만 울퉁불퉁

거무틔틔한 멍으로 번져갔다


아무리 글자를 지워 본들

지나간 이야기를 지울 수는 없었다.





닳도록 다한 마음을 지우려 한들 그 흔적이 지워질까. 

지우려 쥐어짜는 마음만 아프겠지.     

그 시간을 애써 지우지 말고, 마음만 추슬러라. 

그 마음 다시 쓸 날이 오겠지.


찰나처럼 지나간 시간들은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게 무너진다.

돌이켜 고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이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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