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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Aug 19. 2020

이 반지, 얼마냐 묻지 마라.

26살 봄, '비싼 남자'라는 말에

테두리를 수놓아 

빼곡히 꾸밀까 하다가 

손때 묻을 곳 비워두고     


여기 있다 보아라고

한 발치 뒤편으로

빛 한 줌을 엮어낸다.     


이제는 숫자 표 칸칸이 남아

숫자 놓을 일만 남았는데

내 바란 발길은 오지 않았구나.     


덩그러니 비워둔 가격표

쓰지 않고 그대로 비웠다가

네 발길 닿을 그때에 채우리라.     



‘비싼 남자’라는 농담을 멋쩍게 웃어넘긴다.

비싸고 아니고 그게 중요할까, 마음을 주고 싶은 이에겐 

하찮아 보이지 않을 만큼,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으로 내어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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