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봄, '비싼 남자'라는 말에
테두리를 수놓아
빼곡히 꾸밀까 하다가
손때 묻을 곳 비워두고
여기 있다 보아라고
한 발치 뒤편으로
빛 한 줌을 엮어낸다.
이제는 숫자 표 칸칸이 남아
숫자 놓을 일만 남았는데
내 바란 발길은 오지 않았구나.
덩그러니 비워둔 가격표
쓰지 않고 그대로 비웠다가
네 발길 닿을 그때에 채우리라.
‘비싼 남자’라는 농담을 멋쩍게 웃어넘긴다.
비싸고 아니고 그게 중요할까, 마음을 주고 싶은 이에겐
하찮아 보이지 않을 만큼,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으로 내어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