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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Jun 19. 2021

부라노 섬, 다리 위에서

26살 봄, 부라노 섬이 알록달록 아름다운 이유

바다 위 작은 섬

그곳엔 집 한 채 한 채


하나 있는 색을 담아

닳은 벽을 칠하고

돌아올 이를 기다린다


가려 보이지 않을까

혹여 몰라보고 지나칠까


더욱이 밝게

보다 선명하게

그 자리를 지킨다


바다 건너 들린 손님은

발걸음 가벼이 지나다가

문득 쓴웃음을 입에 문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관광지인 부라노 섬은 알록달록한 집들로 유명하다.

그곳의 주민들이 무슨 까닭으로 벽을 형형색색으로 칠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안개가 자욱한 밤에 집에 돌아오는 남편이 집을 헤깔리 않도록 아내가 칠했다는 설이 있다.

사랑하는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알록달록한 집들 사이에 서자 문득,

그러한 마음으로 나를 기다려 주는 이가 누구 있는지 떠올려보았다.


마땅히 떠오르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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