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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 Jul 28. 2021

말하다

소리


말은 어떤 필요에 의해서 생겨났을까. 절에 가면 묵언 수행이라는 것이 있다. 하루를 말하지 않고 지내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수행까지 해야 할 정도로 우리는 말속에서 산다. 말을 하지 말라 하니 말이 더 하고 싶어 진다. 그러다가 목구멍을 타고 혀끝까지 밀려오는 말을 꼭 다문 입술로 막아내 보면 그리 중요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말을 참으려 하면 처음에는 답답하다가 차차 익숙해지고 말이 줄어든다. 필요하지 않은 말을 하지 않게 되니 신기하다. 진정 필요할 때가 오면 말보다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주위가 고요해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한여름이면 매미들이 더위와 전쟁이라도 하듯 요란하게 울어 제친다. 매들의 울음소리가 매미들만의 언어소통인지 몰라도 인간의 귀에는 소음이다. 매미도 묵언수행을 시켜야 하나. 매미들도 필요한 말만 하는 것일까 아니면 수다 중일까. 동물들도 자기 나름대로의 소통하는 소리가 있다. 그들에게는 언어 일지 모르나 인간에게는 소리이다. 동물들은 신체언어를 주로 사용한다. 새벽녘 길고양이들이 싸우기 시작하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다. 행동보다는 소리로 서로를 제압하려는 고양이들의 싸움은 긴 시간 이어진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몸으로 하는 싸움은 한두 번 주고받으면 간단히 판가름이 나는데 말이나 소리로 하는 싸움은 끝없이 길게 이어진다.     


과연 말이나 소리가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소음일 뿐일까. 한참을 대화하다 보면 듣는 이는 없고 각자 자기 말들만 하고 있다. 듣는 이가 없으면 소통이 아니다. 내뱉기만 하면 소음이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이 표현한 말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같은 말이라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간단한 말도 기나긴 설명이 필요하고 그 설명에 따른 말에 또 설명이 뒤따르고 그렇게 말을 계속하다 보면 끝없는 말의 전쟁 속에 빠지게 된다. 결국 상대와 대화했다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말로 풀어냈다는 것이 더 맞다. 그렇게 표현해낸 말들이 자기 자신이다.     


대화라는 것도 어찌 보면 거울을 마주하고 혼잣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단지 자신의 소리만 들릴 뿐이라는 것이 다를 뿐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이 혼자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대화하듯 열심히 말하고 있다. 그 사람의 눈에는 들어주는 상대가 있다고 믿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자신의 눈앞에 있는 상대가 자신의 말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며 말을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상대의 말을 듣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이나 제정신인 사람이나 자기 말만 내뱉기는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단지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대화하고 있다고 자신을 속이는 것이 다를 뿐 결국은 누구나 혼잣말 속에 갇혀있는 것이 아닐까.     


문자나 언어나 말이나 소리나 각각의 사회에서 소통하려는 사회적 기호이며 약속이지만 사용하는 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그러기에 기호 자체만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려 애를 쓰게 된다. 그 의미 파악을 위해 따로 공부를 하기도 한다. 아무튼 각각의 존재가 소통한다는 것은 어렵고도 복잡하며 미묘한 것이다. 오히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용자끼리 소통이 어려울 때가 더 많다. 같은 언어이지만 사용자의 의도가 너무 많이 포함되어 이해와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 사용자의 의도보다는 기호에 집중하기 때문에 이해가 빠르고 소통이 더 잘된다. 그래서 특히 완전히 다른 언어와 소리를 갖은 인간과 동물과의 소통이 더 잘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말이라는 것이 소통을 위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사이 소통보다는 자기만을 알리기 위한 외침으로 가게 되고 그 많은 외침들이 말이 아닌 아우성이 되어 소음공해를 일으키고 있다. 말은 살아가는데 필요하지만 너무 많으면 오히려 방해물이 된다. 말을 줄어드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행동이 뒤따르니 불안이 사라진다. 생각이 많아지면 말이 많아지고 말이 많으니 고민이 많아져 행동이 더디어지고 주춤거리며 불안해진다. 너무 많은 생각이 행동을 압도해버리는 것이다. 거울을 놓고 자신에게 말을 걸어보면서 자신의 말들을 들어보면 중요하다 생각되었던 말이 얼마나 헛된지 알게 된다. 말은 어쩌면 자신과의 소통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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