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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 Jul 29. 2021

노 마스크

머피 데이


노 마스크로 전철을 탔다. 한 정거장 갈 때쯤에서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그 순간부터 당황스럽고 진땀이 났다. 급하게 가방을 뒤져 보았다. 평소에 대비로 가지고 다니던 마스크를 아무리 찾아도 없다. 그제야 사람들의 뭇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다. 급하게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있었다. 다음 역에서 간신히 내려서 마스크 파는 곳을 찾았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가는데도 불구하고 지나쳐가는 사람들이 모두 다 비난하는 것 같았다. 빨리 가려고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고 전염병 환자처럼 고개를 숙이고 한쪽 구석에 있었다. 마스크 구입하자마자 바로 착용하라는 말을 세 사람에게 세 번이나 들어야 했다. 


간신히 마스크를 사서 쓰고 나니 그제야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있었다. 대죄를 지은 것 마냥 몸 둘 바를 모르겠던 몇 분이 아주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마스크만이 구세주인양 마스크를 쓰고 나니 그제야 긴장이 풀린다.      


왜 그랬을까. 보통 건물을 나서거나 몇 발자국만 걸어도 금방 알아채는데 오늘은 정신이 따른 데 가 있었나 보다. 날도 무덥고 긴장한 후유증인지 땀이 계속 흘렀다. 마스크로 인해 더 후덥지근하고 숨쉬기 곤란했다. 의자에 앉아 부채질을 해본다. 마스크 때문에 부채질은 평소에 반도 안 되게 땀을 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전철을 다시 탔다. 땀이 다 식지 않아 감기 걸릴 듯 목이 간질거린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기침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꾹꾹 눌러 참는데 한 번 간질거리기 시작한 목이 좀처럼 가라앉으려 하지 않는다. 몇 번의 잔기침으로 간신히 목을 진정시켰다.      


갈아타기 위해 걸어가는데 기운이 없어 천천히 걸었다. 전철이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길었다. 알고 보니 고장이 난 사고가 있어 복구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한다. 평소처럼 잽싸게 걸어서 앞차를 탔으면 좋았을 것인데. 이젠 지체된 전철 기다리다 지치고 사람 많아 지치고 자리 나지 않아 서서 가느라 지치고 에효~ 오늘이 그날인가 보다. 엎친 데 덮친 격인 머피 데이다. 포기하니 종종거리지 않아 괜찮다. 다행히 여기서 머피의 법칙은 마무리가 된 것 같다.     


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일도 힘든데 노인네들 수다에 왕따 당하듯 그들만의 식사와 수다타임과 친목이 매번 힘들다. 투명 인간이 되어 그들만의 잔치를 지켜봐야 하는 자신이 서글퍼졌다. 그래도 자신과 상관없다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리다 보니 이래저래 고달팠나 보다. 퇴근 시간이 되니 마냥 집에 가서 빨리 쉬고 싶었나 보다. 이것이 노 마스크를 알아차리지 못한 오늘의 진짜 원인이었다. 고생했다며 스스로를 토닥이며 하루를 마무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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