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코로나 예방접종을 했다. 부작용에 대한 소문이 아직 채 가라앉지 않아 긴장되고 불안하지만 남들 다 맞는 것이니 별일이야 있겠나 싶은 생각으로 마음을 달랬다. 맞고 나서도 뒤늦게 후유증 있을까 노심초사 거기에만 신경이 가 있다. 주말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엄청 앓고 난 사람처럼 멍하다.
특별한 징후가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불안 속에서 자신의 몸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다. 보통은 세상 속에 내가 뛰어든 기분이었는데 세상과 내가 따로 인 것 같다. 오로지 나만을 느낀다는 것을 오랜만에 경험한 것 같다.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 열심히 걸었던 것 같다. 예방접종 후 그나마 있었던 활동도 다 자제하고 방안에 드러누워 있으려니 갑자기 굴속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다. 좋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다시 세상에 나가려 하니 이질감이 느껴진다. 긴 시간을 세상과 동떨어져 살다가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오면 어떤 기분일까. 가령 군인이나 교도소나 정신병원처럼 사회와 거의 격리된 곳에서 일이 년 이상을 살다 나오면 기분이 어떨까. 지금의 이 이질감이 그와 같을까.
이삼일을 오로지 한 가지만 생각하고 지내다 보니 세상의 중심에서 벗어나 사는 것도 그리 어려울 게 없을 것 같다. 세상의 중심에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해 온 힘을 다했던 것이 의미가 있었을까. 세상의 가장자리도 썩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조용하고 쉬어갈 여유가 있고 무언가 놓쳐도 불안하지 않는 삶이 될 것 같다.
직접적인 삶과 죽음 사이는 아니었지만 죽음도 가능한 것이었기에 마음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달라진 것 같다. 모두들 그렇게 막연한 불안 속에 접종을 하고 너무 간단한 처치에 맥없어하는 것이 보인다. 말로 표현하던 하지 않던 공감되는 마음이다.
예방접종 후에 계속적인 질병관리센터의 관리 문자를 받으니 전 세계의 팬데믹이 실감 난다. 서로를 위해 거리두기를 잘 지키고 관리에 신경 써야겠다. 어찌 보면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서로에게 적이 되는 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서로에 대해 배려하는 안전거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