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음으로 보다

되새김질

by 오순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다.

아문 상처가 다시 벌어진 것처럼 아리다.

도덕, 종교, 가족애로 철조망 두른 집 앞에 선 길손 같다.

두드려도 열릴 것 같지 않은 잠긴 대문 앞을 지나는 것은 낙엽뿐.


자신의 이야기에만 취한 노인들처럼

대화를 하는데 바람처럼 겉돌고 있다.

한 발자국 서로에게 가까이 갈 수가 없다.


꿈속에서 엄청 울고 있었다.

통곡하는 데 통곡이 안 되었다.

눈물이 말라가는 울음이었다.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눈물 대신인가 가슴을 할퀴는 아픔이 있다.

잠에서 깨어나도 가슴은 계속 아프다는 느낌이 남아 있다.


왜 울었을까.

슬퍼서? 아파서? 분해서?

꿈속의 감정이 정확하지 않다.


이해되지 않거나 못한 것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소처럼 뒤늦게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그것마저 모자라면 못하면 꿈속에서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앞에서 하는 말과 그 말 뒤에 따라오는 무언의 말이 왜 다른 걸까.

말과 다른 마음이 읽히고 그것을 파악하려는 나의 의식

그 되새김질이 끝나야만 그 만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진정성 없는 말 뒤에 따라온 방어와 배타가 어디를 향한 무엇인지 알고 싶다.

감추고 싶은 것, 감춰진 것,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것을 추적한다.

진짜 거부하고 싶은 데 아닌 척하는 거짓도 밝혀낸다.

상대가 아닌 본인이 거부하고 있는데 의식하지 못하는 것도 찾아낸다.


그렇게 명확히 해야만 놓여나고 편해지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수학 문제 풀듯 정확한 답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것도 나만의 고질병일까.


자신의 거짓과 가면과 감춰진 것, 감추려 무의적으로 스스로를 속이는 것들은 더 찾아내기가 힘들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고 자신의 허물은 보이지 않는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도 되새김질하고 싶지 않다.

나도 쿨하게 그 자리에서 끝내고 싶다.

그게 안 된다.


사람들과 많이 자주 만나지 못한다.

한 번의 만남도 이리 오래가고 피곤한데 횟수가 많으면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알고 보면 감추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못 본 것이 대부분이다.

눈으로 보는 것과 마음으로 보는 것이 다르다.

아마도 마음으로 보는 이 되새김질이 나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인가 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탓이오 Mea Cul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