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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제로섬 벗어날 수 있을까

즐기는 삶이기를

by 오순

엽떡(떡볶이)을 시켜 먹고 소화시킬 겸 산책을 나왔다.

휴일이라고 하루 종일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다 보니 찌부드듯 순환이 안 되는 듯하여 나왔는데 벌써 조금 늦은 밤 시간이 되어 있다.


새해 첫날이라 모두들 어디에 갔는지 평소보다 조용하다.

밖에 나오면 시간대와 상관없이 모두들 부지런히 산책하고 운동하는 모습들이 항상 있었는데 오늘은 인적이 드문드문하다.

발보다는 입 운동을 더 많이 하며 40여 분 가까이 공원과 동네 주변을 돌아다녔다.


워킹홀리데이 겸 학업 겸 딸이 외국으로 향한다.

취업해 자리를 잡을 나이에 새로운 방향으로 나갈 시도를 하려 하고 있다.

열심히 응원하고 있지만 언어부터 모든 것들이 낯선 곳에서의 도전이 불안과 긴장을 일으켜 아주 민감한 시기이다.


같은 기종의 저가 비행기를 예약했기에 이번 비행 사고는 더욱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타이트한 수중의 경제력과 여러 조건들 때문에 목숨 걸고 비행해야 되는 심정이다.

다 때려치우고 편하게 이곳에서 살라고 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있다.

아는 곳이라 해서 편하다는 것은 표면적이기에 아이의 결정을 지켜볼밖에 없다.


난 주로 필요에 의해서 돈을 벌었다.

어느 정도 모이면 돈이 떨어질 때까지 일하지 않았다.

가정을 이루게 되니 돈이 모여지지 않았다.

버는 돈보다 쓰일 돈이 많고 안정된 미래를 위해 쉼 없이 일해야 했다.


이젠 아이들이 독립하고 나만 건사하면 된다.

쉬고 싶은데 편하게 쉴 수가 없다.

현실은 노후대책을 위해 돈을 모아야 한다.

노화로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도 선택권도 거의 없다.


선택권이 많은 아이의 불안이나 선택권이 거의 없는 나의 불안은 같은 것일까.

젊으나 나이 드나 불안은 여전히 주위를 맴돌고 있다.

불안을 없애고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 불안은 떨구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산 것이 제대로 산 것일까.

삶을 산 것일까 불안에 쫓긴 것일까.

삶의 제로섬 게임에 벗어나려면 인생을 즐겨야 한다.

놀아도 젊어서 놀아야 신이 난다.

늙으면 무너지는 몸 건사하기도 버거워 놀기가 어렵다.


아이의 인생이지만 삶의 즐거움을 위한 선택과 도전이었으면 한다.

불안에 쫓기어 안정 추구를 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도 멈출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삶에 허무가 깃들고 있지만 그래도 최선의 삶을 살아낼 것이다.

즐기는 것도 배워야 즐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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