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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루틴으로 버티기

by 오순


아이가 좋아하는 손이 많이 가는 잡채를 미리 했다.

아이의 생일은 내일이다.


어제부터 시장을 봐와서 밤에 당면을 불려 놓았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시금치 다듬어 데쳐 묻히고, 고기 양념 재고, 버섯과 피망 볶고 당면을 볶아서 모든 재료 섞어 완성했다.


매일 아침 글쓰기가 첫 번째 순위인데 오늘은 잡채에 밀려났다.

매일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서 예상한 시간보다 더 걸릴까 봐 요리부터 시작했다.

다행히 수영 가기 전에 시간이 되어 오늘 마지막 회차 글을 쓰고 있다.


아이의 친구들과의 만남이 여기저기 수시로 날짜가 바뀌어 그 스케줄에 맞추어 음식 해 주느라 신경이 무척 쓰인다.

맛있게 먹는 모습 보고 싶어 이리 신경 쓰는데 스케줄을 몇 번씩이나 알려주게 한다고 투덜거린다.


네가 네 자식 낳아 키워보면 에미 심정 알 것이야.

나도 몰라서 내 엄마한테 투정이란 투정은 다 했으니.

내가 내 자식 투정에 마음 상하지 않듯 내 엄마도 그랬으려니 하며 회환을 털어내 버렸다.


아이는 외국 살이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신경이 곤두서는지 며칠째 잠을 못 자더니 어제 늦게 잠이 들었는지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늦은 점심으로 잡채를 먹을 것이다.


떠나보내는 나도 예민해지지만 티 내지 않으려 애쓰는 중이다.

외국이 아닌 제주도 정도의 한 달 살이 체험 간다로 나를 세뇌 중이다.

떠나기 전후에도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열심히 한두 가지 루틴 만들어 최소 그것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것이 올해의 나의 계획이다.

그리움과 불안을 루틴으로 일상을 버텨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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