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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지만 또 다른 일상

모래알 같은 미미함

by 오순

커다란 바위가 조각나 파도에 부딪치고 또 부딪치며 오랜 시간이 흘러 만들어진 모래알처럼 나도 먼 원시 조상에서 오랜 시간 진화되어 나온 결정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본다.


비록 거대한 우주 속에 티끌만도 못한 존재감이지만 내가 있어서 우주가 형성되는 것이다. 모래가 있어야 바다가 의미를 갖듯이 인류가 있어야 우주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존재가 미미하지만 그 힘은 장대하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나를 생각하고 달을 보며 삶을 생각한다. 수많은 별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반짝인다는 것은 안다. 수많은 사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안다.


터벅터벅 집으로 가는 길이 가끔은 외롭다. 그 길 위에 또 다른 이들이 걸어가고 있다. 지구가 자전을 해서 낮과 밤이 오지만 우리 눈에는 태양이 뜨고 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가 둘로 둘이 하나로 또는 셋이나 넷으로 다양하게 살아가는 것이 삶이다.


수많은 모래알을 하나하나 구분하기 어렵겠지만 각각의 모래알은 서로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삶도 다 비슷하지만 다 다르다.

모두가 비슷하지만 또 다른 내 삶을 살자.


모래알 같은 그 삶은 내게는 커다란 바위이다.

바위를 들어 올려 살아가는 시지프스 같은 삶일지라도 계속해야만 내 삶이다.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같을지라도 오늘은 다르다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다.


왜냐면 난 오늘만 사는 것이니까.

어제는 이미 지난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직 않은 것이니

내가 있는 이곳이 살아 있는 오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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