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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되다

휑하다

by 오순

홀로 살기는 말 그대로 정말 혼자만의 생활을 말한다.

집안에 인간이 자기 혼자만 있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독대하고 있을 때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자기 자신이 진정 진하게 다가온다.


홀로 있는 것이 싫으면 그것을 피하고자 쓸쓸히 누군가를 찾아 헤맬 것이다.

홀로 있는 것이 당연하다 여겨지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자기 자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 쪽을 향하든 홀로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정말 몇십 년 만에 처음으로 1인이 되었다.

마음으로는 간절히 원했는데 막상 이루어지니 떠나고 남겨진 자리가 휑하다.

그 휑하게 텅 빈자리를 내 자리로 만들어 채워가야 하겠지.


1인이 되었다고 갑자기 홀로 살기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남긴 조용하고 삭막한 분위기와 공간을 나만의 것으로 채우는 것이 홀로 살기일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한발 한발 걸어가야 그 발걸음이 내 것이 되어야 하겠지.


집안 곳곳에 있는 남은 흔적들이 마음을 휑하게 한다.

밖으로 나와도 뒤통수를 내리치는 바람이 싸하다.

이렇게 피부처럼 밀착되어 있을 줄이야.


1인이 되니 자유보다 외로움이 먼저 밀려왔다.

당황스럽다. 황당하다.

이런 쓴맛이 있을 줄이야.

이것 속은 기분이다.

이 찌질함이 오래가면 어쩌나 싶다.


빨리 쿨해지고 싶다.

빨리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다.

몸만 1인으로 자유로운 게 아니라 마음도 1인으로 당당해지고 싶다.

마음이 급하다.


함께 했던 공간들과 공유했던 마음들을 잘 정리하고 하나하나 1인 공간과 1인 마음으로 도배하고자 이리저리 궁리 중이다.

우선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보는 게야.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생활방식을 만들어 생활해 나가는 것이지.

여태 해왔던 습관들에서 벗어나야겠다.


한마디로 안 하던 짓을 해 보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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