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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by 오순

잠이 오지 않아 다시 불을 켜고 앉은뱅이책상을 침대 이불 위에 올렸다.

갖은 잡생각이 일어나 잠을 못 자는 것인지 잠이 오지 않아 잡생각들을 불러들인 것인지 순서가 없다.


여하튼 한 시간여 넘게 뒤척이다 자는 것을 뒤로 미루는 게 낫겠다 싶어 일어났다.

일어나긴 했는데 자기 전보다 머릿속은 무겁고 무엇을 하려고 해도 돌덩이 같다.

자다 일어나 생각할 힘은 없지만 뭐라도 건질만한 아이디어 있을까 끄적여본다.


이때다 싶었는지 야행성인 반려묘가 놀자고 후다닥 뛰어다닌다.

기운 없는데 성의로 몇 번 장난감 돌리기 나 잡아봐라 숨바꼭질 일분 해주고 뻗었다.


사람은 생각만으로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한다.


사명대사가 왜군에 잡혀 방 안에 갇혀 있을 때 왜군이 방에 불을 지펴 데워 죽이려 하였는데 사명대사가 얼음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수염에 고드름이 맺혀 왜군들을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1960년대 영국 냉동컨테이너 운반 선박이 스코틀랜드 항구에 싣고 온 포도주를 내렸다. 그 배 선원 한 사람이 다 내렸는지 확인하러 냉동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간 것을 모르고 냉동실 문을 밖에서 잠그고 배가 출발했다. 그 냉동고 안에서 그 선원은 자신이 어떻게 고통받으며 죽어가는지 과정을 벽에 새겼다.

냉동고를 열었을 때 선원은 죽어 있었다. 화물이 없어서 출발할 때 그 선박은 냉동 장치를 가동하지 않아서 냉동고 안은 섭씨 19도였다.


그 선원은 자기가 춥다고 생각해서 얼어 죽었다.

다 자기 생각 때문에 죽은 것이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세상이 달리 보인다.

생각하기에 따라 일이 쉬워지기도 어려워지기도 한다.

호랑이 굴에 떨어져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날 수 있다 하지 않는가.


그저 자신의 생각을 잘 다스리면 살기가 순조로워지려나.

요놈의 잡생각들을 어떻게 조율하여 오늘은 편안히 잠이 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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