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요즘은 결혼을 회피하고 아이 낳기를 꺼려한다.
저출산의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왜 결혼을 피하고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걸까.
예전 80~90년대에도 결혼을 꺼려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 여성들은 힘들게 공부하여 최고 학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기가 어렵기도 했지만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으로 여겨졌던 문화 속에 살고 있었다.
외모와 학력을 갖춘 한 여자가 결혼은 하기 싫다 연애만 하고 싶다 했다. 왜 결혼이 싫으냐 물으니 밥하고 빨래하고 남편 내조하고 아이들 케어하고 시댁 챙기느라 온 삶을 바치는 것이 너무 싫다고 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한 남자가 능력 있는 남자 만나 집안일하는 사람 부리며 살면 되지 않느냐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싫은 것만 생각했지 더 구체적으로 깊이 있게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그녀는 그러면 되겠네 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는 뭔가 미지근한 뭔가가 더 남아 있는 듯 개운하지 못하였다. 그것이 무엇인지 꺼내놓지 못해 답답할 뿐이었다.
그녀는 실은 가사노동이 싫은 것이 아니라 자기 어머니를 보면서 가족들 케어가 당연시되고 배려받지 못하는 그 위치가 싫었던 것이다. 결혼과 함께 여자는 집안일을 당연히 해야 된다. 어느 누구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 휴가도 없이 평생을 전적으로 집안일을 떠맡아야 된다. 생색도 나지 않는 집안일은 사회적 위치도 없고 진급도 없는 끝없는 고행길이다.
늙은 어머니도 새털같이 수많은 날 밥하고 빨래하고 정말 지겹다고 했다.
며느리가 들어오자마자 집안일 떠넘기고 놀러 다니는 시모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대신 친정어머니가 딸의 고된 가사를 덜어주기 위해 자신의 혈통과 연관 없는 손주를 케어하고 집안일까지 도맡아 해주기도 한다.
여자로서 당연한 길이라는 문화의 힘에 밀려 결혼 적령기가 되면 할 수 없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포장을 하여 결혼으로 그들은 밀려갔던 것이다. 남자가 만일 여자의 입장이라면 결혼을 할 것인가 묻고 싶었을 것이다. 물으나 마나 여자가 남자 입장이라면 결혼은 꿀인데 더 일찍 못해서 안달이 날 것이다.
남자는 일만 하면 된다. 섹스도 자동으로 해결된다. 허접한 위치의 남자도 결혼과 동시에 몇 등급을 상승한다.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면서 가정에서 최고의 위치로 위해주고 사회적으로도 가장으로서 인정받고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
여자는 결혼 전이 아마 최고의 위치이지 않을까. 결혼과 함께 가정부(인)로 최하로 하락한다면 누가 결혼을 하고 싶겠는가. 여자도 자신의 위치만 확고해진다면 결혼을 하고 결혼생활을 즐겨하지 않겠는가.
요즘은 사회적인 직업까지 겸해야 한다. 가정사가 덜어졌다 해도 그 비율이 동등하지도 않고 여전히 여자 쪽에 기울어져 이전보다 더 험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렇게 노예처럼 사느니 능력 있겠다 차라리 혼자 살겠다 선언하는 것이 아닐까.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일만 하면 되었지만 가정사도 떠맡아야 하고 결혼생활 유지 비용도 엄청나니 혼자 살겠다 결혼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 하는 것이 아닌가.
결혼생활은 어느 누구의 희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결혼문화 자체가 통째로 바뀌어야 한다.
결혼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나 의사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결혼에는 경제력과 나이만이 아니라 결혼생활 유지할 교육을 따로 받아 학위를 인정받는 자만 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의사처럼 레지던트 몇 년 차의 경력도 필수 조건이다.
나이가 차면 경제적 능력만 되면 결혼할 자격을 갖는 것은 이혼율만 높이는 것이다. 요즘음은 세대가 많이 바뀌었고 남녀평등 의식도 개선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밑바닥에서 내조하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내조를 받고 싶지 내조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조라는 자체가 이미 불평등 관념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를 스스로 케어해야지 왜 남에게 자기 짐을 떠맡기고 칭찬으로 남을 길들이려 하는가 말이다. 내조나 외조가 아닌 자조(스스로 돕는다)이어야 한다.
자기 짐은 자기가 지고 가야 한다.
누구를 이용하는 것은 자기도 누군가에게 이용당할 여지를 주는 것이다.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다.
결혼을 필수로 하려면 그만큼 경제적 지원만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지원이 필수이다. 사회문화 속에 길들여진 무의식적 강요된 희생은 가면이며 거짓이다.
후손이 이어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어느 누구만의 희생으로만 이어질 수는 없다.
모두가 함께 이어야 한다.
예전에 아이가 태어나면 온 마을이 이 아이를 키워낸다고 하였다.
어머니의 몸을 빌어 태어났지만 인류의 후손으로서 모든 사회의 구성원과 시스템이 지원하고 동원되어야 한다고 본다.
가장 기초적인 이런 관점으로부터 결혼생활은 시작되어야 한다.
가정사가 여자만의 당연사가 아니다.
가정사는 사회사이고 국가사이니 모두가 함께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문제 저출산이 해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