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당하다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적 있는가.
누군가 갑자기 다가왔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갑자기 다가간 것이 아니라 기회를 기다렸던 것이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혼자 있는 것을 즐기기 위해 의식적으로 사람들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지금 누군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느꼈다.
분명 거부하듯 스쳐가듯 그렇게 투명처럼 밀어내는데도 다가온다.
불쾌하다.
왜 다가오는 것일까.
공유할 그 무엇도 없는 것 같은데.
나를 이용하려고 그러는 것일까.
그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은 하기 싫은데.
좀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
혼자인 삶을 즐기는 것처럼 보일 뿐인 것인가.
분명 혼자인데 혼자인 사람을 겨냥하는 그 사람의 태도가 불량스럽다.
자신도 혼자이고 싶으면 상대도 혼자이고 싶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텐데 무시하고 그 공간을 헤집고 들어오려 기 쓰는 것이 무례해 보인다.
나는 너의 호기심의 상대가 아니다.
나는 너처럼 혼자임을 즐기며 존중받고 싶다.
다가올 때 상대방의 허락을 받고 들어와야지 무조건 밀고 들어오면 안 되는 것이 제.
커피를 내리는 데 갑자기 뒤에서 다가와 오른쪽 어깨 위로 가까이 대고 인사말을 하는데 눈은 나를 뚫어지게 훑고 있다.
자연스럽지 못한 인사가 사람을 놀라게 한다.
아니 커피를 내릴 것이면 뒤에서 조용히 순서를 기다리면 될 것이 제 왜 말을 거는 걸까.
내가 뭐 실수라도 했나 싶어 돌아보았다.
네~에?~ 답하며 돌아보니 그 사람이 너무 바싹 내 뒤에 붙어있는 게 아닌가.
이건 뭐지 불쾌감이 자동으로 따라온다. 그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볼 일 있어 온 것 마냥 커피 머신 아래 있는 쓰레기통에 뭔가를 투석한다. 내가 쓰레기통을 가린 것도 아닌데. 그의 인사 같은 말 걸기였는데 내용이 뚜렷이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니 우물거리며 말한 것은 아닌가 싶다.
내가 아는 이도 아닌데 왜 저러는 것이지.
커피를 들고 자리로 오는 데 그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은 겐지 내 자리 앞을 왔다 갔다 하며 훑어본다.
내가 아는 사람인데 내가 대충 보아서 알아보지 못해 저러는 것인가 싶어 확인차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자세히 보았다.
모르는 사람이다. 뭐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신경이 쓰인다. 계속 저러면 왜 그러느냐고 물어봐야 하나.
시치미 떼면 어떡하지. 나만 벙찌는 것 아닌가.
관두자. 신경 끄고 투명하게 있으면 스스로 물러나 포기하겠지.
나 혼자 신경 예민하게 구는 건가.
사람이 말을 해야만 의사 표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체적 표현이 의사표시를 더 강력하게 한다.
그냥 스쳐가듯 보는 것 하고 훑어보고 눈을 마주치려 하는 것은 다르다.
뭔가 표현하고 싶으면 주위를 맴돌거나 상대방 신경을 계속 건들 것이 아니라 다가와 말을 걸어야 한다.
아무런 의도가 없는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것은 그의 그물에 말려드는 것이다.
용기 없는 그의 신체언어가 신경 쓰이고 불쾌해서 방안이 있을까 궁리해 봤다.
나한테만 저러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서가에 책을 훑어보듯 스쳐 보내면 된다.
그의 신체언어는 좀 고압적인 데가 있다.
자신은 아마 감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것에서 그의 사회성이 보인다.
그는 선택한 홀로가 아니라 저절로 홀로가 된 것 같다.
그래서 홀로의 공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자신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과 엮이면 안 된다.
내 신경을 거둬들이자.
열린 창을 닫자.
조용히 이 시간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