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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다

자기 착취

by 오순

속이 더부룩하다.

소화가 되지 않아 손발이 차고 몸이 으스스하니 냉하다.

마음이 편하지 않아 소화기 위가 위축된 듯하다.

창작이 생각보다 더디고 성과가 없어 실망이 앞서고 있다.

그와 더불어 생활고에 대한 걱정이 지나쳐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다시 소화불량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악순환의 원인을 알고 있으면서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으면 만사형통일 텐데 마음이 먹어지지 않는다.

급하다고 마음이 다그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다 죽기 싫다는 마음 때문에 몸이 고생이다.

빨리 성과물 내어서 자기를 만족시키라는데 빨리하란다고 빨리가 되는가.

쉬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성과물 내지도 못하고 지쳐서 집중도 못하고 마음이 다그치니 편히 있을 수가 없다.

내 마음이지만 내 마음대로 못하는 것은 이 무슨 어불성설인가 말이다.

내 몸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나이가 되어 억울해 죽겠는데 마음까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절망만이 그득하다.

햇빛이 찬란하게 내비치어 유혹하는데 마음이 동하지 않으니 그림의 떡이다.

누군가 무언가가 나를 내 마음에서 꺼내주었으면 좋겠다.

즐기지 못하면 삶이 괴로워지고 괴로워지면 살고 싶지 않아 진다.

그렇다고 죽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즐겁게 살고 싶다는 뜻이다. 괴롭게 살고 싶지 않다는 항의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이 즐겁게.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자신의 욕망에서.

부처는 인간의 고난사를 보고 명상에 들어가 성불이 되었다는데.

부처의 마음을 전수받아 쉽게 욕망에서 벗어나고 싶다.

삶에 한 줄의 명예를 얻고 싶은 내 마음에서 바둥거리는 이 말년이 너무 버겁다.

젊었을 때는 그냥저냥 살아놓고 아무것도 없는 빈손이 된 지금 갑자기 자신의 삶에 뭔가를 남기고 싶어진 게다. 헛된 욕망이라는 것을 알면서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냥저냥 살면서 가면 되는 것을 자신의 삶이라는 확신을 얻고자 하니 그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이 필요한 지 지난한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도 못 하는 것인가.

그냥 살자. 그것이 어쩌면 나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나답지 않은 삶을 살려고 하니 어찌하는지도 모르고 어찌할 바를 몰라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그냥 살자. 그것이 나의 삶이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 나를 나의 삶을 짊어지고자 하나 이젠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자. 도움을 받는다고 찌그러지거나 자유를 잃거나 하지 않는다. 도움도 당당하게 받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을 할지 헤매고 있는 중이다.

집중이 안 되어 이러는 것인지 선택을 못하여 집중을 못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왜 이리도 답답한지 모르겠다.

훨훨 날아다니고 싶다.

따스한 햇볕을 쬐면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가볍게 수다하며 쉬고 싶다.

잠을 좀 푹 편하게 자고 싶다.

그러면 소화불량 허리 통증 쓸데없는 불안 걱정 등이 싹 가실 것 같다.

창작을 해서 생활비를 버는 것이 무에 그리 불명예라고 감추려 하고 아닌 척하며 가면 속에서 버티려 하는가.

나를 착취하고 이용하기 때문에 부정적 시각으로 본 것인가.

결국 나를 위한 선택이며 착취라기보다는 노동이 아닐까.

긍정적 노동이고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내가 선택한 것이다. 노동은 남에게 필요해서 하는 것일 때 부정적이고 나를 위해 나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기에 긍정적 노동이라 할 수 있다.

이젠 나 자신에게 대놓고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뒤에 숨어서 고상한 척하느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의 선택이 나를 위한 것이면 귀한 것이고 자유인인 것이다.

자유로운 선택이고 노동이면 된 것이다.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렸다.

금쪽같은 시간을 먹고 자고 노닥거리는 데 사용했다.

나의 착취에서 벗어나니 살 것 같다.

약으로도 듣지 않던 소화불량이 사라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게으름의 핑계가 아니라 내가 나를 착취하지 못하게 휴식을 준 것이고 자유를 준 것이다.

현대인의 질병이 자기가 자신을 착취하고 갈군다는데 나는 아닌 줄 알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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