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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와 공포는 쌍둥이

따라다니는 그림자

by 오순 Mar 20. 2025

욕심을 부리지 말자 하면서 오늘도 수영을 시작했는데 막상 하다 보면 속도를 내게 되고 잘 안되면 무리를 해서라도 느릿한 사람을 질러갈 방법을 생각하고 행동해 버린다. 그렇다고 엄청 빠르지도 못하니 질러가는 데 문제가 생겼다. 


간신히 다른 수영자와 부딪칠 위험을 모면하고 한숨 돌리는데 웬 난리냐며 엄청 느려터져 많은 사람에게 민폐인 그 수영자가 불만을 터뜨린다. 무질렀는데 제대로 앞서지 못해 방해를 아주 좀 해서 미안하긴 한데 매번 그 사람 때문에 나를 포함한 다른 이들이 수영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데도 전혀 신경 쓰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작은 방해에는 곧바로 내뱉는 그 투덜거림이 조금은 얄밉기도 하다.


그 사람은 너무 느린 데 잠시도 쉬지 않고 누군가 출발하려고 기다리든 말든 자기만 생각하고 출발한다. 그러다 그냥 그 사람이 앞서갈까 봐 그의 투덜거림을 모른 척하고 부리나케 출발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몸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제대로 속도도 안 나고 팔 젓기에도 힘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니 어깨가 아프다. 


초급 레인에서 벗어나 옆 중급 레인에서 해야겠다 싶어 옮겨왔다. 중급 레인이긴 한데 푯말뿐 수영자들은 초급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살펴보니 좀 빠른 사람 적당히 느린 사람 섞여서 잘 조율하면 될 것 같아 시도했다.

그렇게 두어 바퀴 돌고 쉬고 있는데 어떤 수영자가 나한테 초급에서 할 수준이라며 여기서 하면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준다고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을 보면서 아니라고 여기도 그렇게 빠르지 않고 옆 초급 레인에 엄청 느린 사람이 있어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느리지 않고 다른 사람 피해 안 주게 거리 봐가며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그 사람이 강력하게 내가 머리를 들고 해서 속도가 느리다는 둥 자기 마음대로 나를 판단하면서 쫓아내려 한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다. 내가 그렇게 느리지 않다고 하자 자기 앞에서 해보란다 자기가 봐주겠다고. 어이가 없지만 어차피 수영해야 해서 출발했다. 초급 레인에서 느린 사람이 서너 명 있어서 부딪치지 않으려고 수영 중에 앞에 누가 있나 살펴보다가 답답하여 고개를 드는 습관이 생겼나 싶어서 머리를 들지 않으며 수영하려고 신경을 썼다. 


어쨌든 그 사람 때문에 수영 포즈를 수정할 기회가 생겨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기다리고 있던 그 사람이 나보고 이번에는 고개를 들지 않았는데 그래도 느리다고 한다. 약간 누그러진 태도로 다시 한번 해보란다 자기가 봐주겠다고 한다. 이 사람 뭐지 수영하러 온 것 아닌가.


잘못된 것 봐준다니 감사하게 생각하자 하면서 출발했다. 내가 보니 그 사람이 나보다 고개를 더 들고 발차기도 제대로 하지 않고 수영하고 있다. 그것을 말해주면 처음 본 사람인데 대거리한다고 오해받을 것 같아 그냥 참았다. 왜 느린가 봤더니 내 다리가 가라앉아서 그렇다고 주의를 준다. 아 그렇냐고 봐주어서 감사하다고 거리 조절해 가면서 하겠다고 했다.


젊으니까 금방 배우고 늘 것이라며 칭찬인지 격려인지를 말하며 자기는 그만하겠다고 나간다. 시간을 보니 30분이다. 나이 드신 할머니들이 나가는 타임이다. 나도 젊지 않은데 그 사람들에 비하면 젊긴 한가보다. 숫자상만 젊을 뿐 몸은 더 나이 들었을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아무튼 고맙긴 한데 오지랖이 상당하시다. 그냥 무조건 거부하거나 의심만 하지 말고 공공 집단에 들어와 있으니 흐르는 대로 흘려보내자.

할머니들이 빠져나간 한가해진 초급 레인에서 배영 연습을 했다. 중간중간 그 사람이 지적한 것 유의하며 자유형도 했다. 엄청 꽉 채운 자유수영이 되어 뿌듯하다.


물에 뜨는 것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처음엔 물이 무서웠다. 물에 뜨고 수영이 가능하고 한 가지씩 기술이 익혀지니 그다음에는 수영하는 사람들이 무서워졌다. 요령이 없어 부딪치는 상황이 생기면 당황하여 허우적대고 물을 먹어 죽을 것 같았다. 요령이 없어서인지 당황해서 인지 아직도 물이 무서워서 인지 모르겠으나 물과 친해지는 데 어쨌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에 대한 깊은 공포는 그리 쉬이 사라지지 않는가 보다. 물에 뜨니 자신감이 생겨 물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물공포를 극복한 줄 알았다. 그런데 자유형을 익혀 레인에서 하면서 사람들과 부딪칠 때 진로를 방해받을 때 허우적대며 물을 먹고 있었다. 익힌 기술은 다 잊어버리고 완전 생짜처럼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안전요원이 다가와 괜찮냐고 물을 정도였다. 나의 물공포가 극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수영을 계속 진행하는 동안 때론 물만 보면 숨이 막히는 현상도 일어났다. 계속하지 않으면 처음보다 더 큰 물공포에 압도될 것 같아 계속 수영을 했다. 그렇게 자유형에 속도도 나고 자신감이 붙자 물공포가 사라진듯했다.


그다음 단계인 배영을 시도했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마냥 편하게 누워서 몸만 띄우고 살살 팔다리를 저으며 우아하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보이지도 않고 감도 안 잡히니 다시 물공포가 되살아났다. 공포로 몸이 긴장되고 가라앉아 물까지 먹기 시작한다. 그래도 꾸준히 연습하니 자신감이 조금씩 되살아난다.


사람은 그 누구든 살면서 이런저런 상황에 부딪혀 이런저런 공포들을 끌어안고 가기도 하고 극복하기도 하고 줄여가기도 하며 살아간다.

사람은 자신이 미약하다는 것을 알기에 공포를 의식에서 완전히 털어낼 수는 없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마다 공포도 함께 따라오는 것 같다.

그 시도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여야먄 그 공포에 압도되지 않고 살 수 있다.

무엇을 시도하든 삶은 설렘과 두려움의 쌍둥이다.

어느 하나에 압도되지 않도록 매일 매번 숨을 쉬어야 한다.


배영이 익숙해지면 이젠 평형을 익힐 차례이다.

그때도 물공포가 되살아나겠지만 처음과 두 번째 세 번째 공포와는 다를 것이다.

천천히 물공포를 지켜보며 열심히 숙련하다 보면 평형도 정복하게 될 것이다.

그다음은 접영이다. 


매번 수영하러 가기 싫은 나를 달랜다.

할 게 많아 좋아.

무섭지만 함께 천천히 가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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