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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

배움

by 오순

바람이 분다.

보이지는 않지만 얼굴을 스쳐가고 머리칼을 날리는 것이 너라는 것을 알겠다.

힘을 빼고 편하게 있으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너는 어디서 왔는가.

또 어디로 가는 것인가.

우리의 만남은 이 순간 무슨 의미인가.


나는 너를 느끼는데 너는 나를 느꼈는가.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을 본다.

저들은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바람을 맞고 있는 것인가.


힘을 뺀다는 것은 무엇일까.

힘은 의식인가

힘이란 존재가 있는 것인가.


나는 무엇이며 너는 무엇인가.

어쩌다 우리는 지금 만난 것인가.

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듯 나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알고자 하나 알 수 없다.

이대로 사는 것이 사는 것인가.

알고자 멈춰서 발버둥 치는 것이 사는 것인가.


인간은 왜 알고자 하는가.

자연은 알고자 하지 않아도 살아가지 않는가.

알아서 뭐 할 것인가

알 수 나 있는 것인가.


너무나 모르는 게 많아서 아니 아는 게 없어서 미물 같다.

나는 왜 내가 하찮은 미물 같다고 의식하는 것인가.

의식하지 못하면 알고자 힘들일 것도 없고 그냥 받아들여 편하게 가지 않을까.


이토록 삶이 고달픈 것일까.

아니면 알든 모르든 살다 보면 살아가는 너 멋대로의 것일까.

배운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문자를 발명하여 기록하고 배우고 그것을 발판으로 더 많은 것들을 알아내고 또 그것을 기록하여 남기고 그 기록을 배우고 또 배우고 또 배우고 배운다. 무덤 속에서도 배워야 할까.


편하게 살고자 시작한 앎이 끝없는 땅굴 파기처럼 인간을 앎의 지식으로 묻어버리고 있다. 살고자 하는 것인지 배우고자 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배우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모를까. 모르면 정말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일까.


배운다는 것은 뇌 속에 저장하는 것인데 뇌가 손상되면 배움도 헛되어 저장되지 않는다. 뇌가 저장하지 못하면 몸의 다른 부분이 저장해야 되지 않을까. 어째서 뇌만 저장하고 생각하는 것일까.


손도 발도 심장도 각자 알아서 저장하고 살아가지 않았을까. 뇌가 다 시켜서 몸의 다른 부분이 기능하는 것이 사실일까. 아니면 본래는 각자 알아서 기능하던 것인데 사용하지 않아 퇴화된 것은 아닐까. 뇌만 진화시켜 살아남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뇌에만 매달리게 된 것은 아닐까.


하여간 뇌만 믿고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불안한 삶이다.

뇌가 기억하는 것도 다 변형되고 마음대로 저장되어 역사왜곡 같아 믿을 수가 없다.

인공지능을 보완하든지 끝없는 배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삶을 살기 위해서는 대비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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