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5시간 노동이 가능할까

무엇을 위한 노동인가

by 오순

어쩌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른 퇴직을 하고 백수로 지내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70대 초반까지는 일을 하겠거니 생각했다. 워낙 모아놓은 노후자금이 없어서 퇴직을 늦게까지 예상하고 준비해 왔고 잘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생각지도 못했던 작은 충돌에 더 이상 버티면 내가 나를 속이겠다 싶어서 놓아버렸다. 그렇게 퇴직하고 나니 엄청 편했다.


기나긴 노후의 경제적인 계산은 어차피 되지도 않기에 일이 년만 계산하고 나머지는 흐르는 대로 가보자 하고 있다. 중간중간 가벼워져만 가는 통장을 보면서 얼마나 소비를 줄이고 절약하여야 버틸 수 있을까를 계산하고 답이 나오지 않는 계산을 또 하고 있다. 그렇게 계산하다 보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허튼 소비가 많았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도 살 수 있었는데 소비만 효율적으로 했어도 이른 퇴직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 같다.


인간은 일하려고 태어난 것인가. 노후대책하기 위해 평생 일만 해야 하는가. 얼마나 일을 해야만 쉴 수 있을까. 얼마나 일을 해야만 놀 수 있는가. 죽을 때에야 일에서 벗어나는 것 아닌가. 어느 농가에 부인이 노환으로 돌아가시게 되었는데 하느님이 더 연명하게 해 주겠다 하니 노우라고 했다고 한다. 더 이상 뼈 빠지게 일하면서 살기 싫다고 이제야 자유를 얻을 수 있는데 다시 노예로 돌아가는 짓은 하기 싫다는 이유였다.


석기시대에는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었다고 한다. 일을 하지 않아도 잠깐 나무 열매를 채취하거나 사냥을 하면 먹을 것이 풍부했다고 한다. 13세기 영국 농민이 일 년에 1620시간을 일한 것에 비하여 석기시대는 700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석기시대에는 기나긴 시간의 노동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질병이나 폭력으로 사망했다. 석기시대 살아남기 위해 고된 노동을 했다는 것은 신화일 뿐이다.


농업이 시작되면서 두 사람이 열 명의 대가족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뼈 빠지게 일하게 된 것이다. 농업이 인간에게 이로운 혁명이었을까 의심된다. 산업혁명으로 기계와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작업이 덜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인간은 기나긴 노동의 시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30년대에는 당대의 학자들이 2030년쯤 되면 노동 시간이 주 15시간으로 줄어들어 기나긴 여가생활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가 관건이라고 예상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주 최소 36~40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하루 종일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루 종일 진짜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정해진 하루 일 량을 마치면 시간에 상관없이 퇴근해도 된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진짜 야근까지 하며 일을 할까 아니면 두세 시간에 일을 마치고 일찍 귀가할 수 있을까. 일을 마치는 시간은 정해진 업무 시간에 맞춰 늘어난다는 '파킨슨의 법칙'이 있다. 이 법칙을 뒤집어 일을 마치는 시간이 업무시간이라고 정해진다면 나머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않을까 싶다.


항상 출퇴근에 얽매여 여가를 누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현대인은 항상 자유와 여가를 원한다. 이전 세대들이 예상했던 주 15시간 노동이 왜 실현되지 못하는 것일까. 가능하기에 예상한 것이고 공표한 것이 아닌가. 주 15시간 노동이면 참 행복할 것 같다.


하루 종일이 하루 3시간이나 4시간이나 5시간 정도만 일하고 나머지는 자유시간이 아닌가. 만일 긴 노동시간이면 파트타임으로 나누어 여러 사람이 일부분을 노동하여 채우면 되지 않을까. 아마도 노동시간이 짧으면 기본 생활이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임금제를 적용하면 모든 이들이 적게 일하고 조금 적게 가져가도 기본이 유지되니 다 같이 즐겁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AI는 인간의 노동을 돕기 위한 것이지 인간과 경쟁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인간의 노동시간을 이전보다 훨씬 더 줄여주고 있다. 인간의 노동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것이 AI이다. 그런 AI를 잘 활용하여 AI를 감시하려는 직책을 늘릴게 아니라 인간의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서 기본생계는 유지하게 하고 인간다운 여유로운 문화생활을 영위하도록 시스템의 변혁이 필수적이다.


백수가 아닌 주 15시간의 노동으로 사회참여가 가능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그날을 위하여 희망을 가져보자. 이전 세대들이 원했던 것처럼 우리 후세대에게 기나긴 노동시간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다시 한번 바란다. 현재진행형이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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