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노동은 무슨 의미일까
예전에는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간호사, 의사, 공무원, 농부, 건설노동자 등등 간단명료하고 구체적인 대답이 돌아왔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요즈음은 누군가 자기의 직업을 설명하고 있으면 점점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이해하기 어려운가 보다 하고 대충 넘어간다.
‘아까 그 사람이 무슨 일 한다고 그랬어?’ 하고 옆 사람이 다시 물으면 ‘글쎄, 듣긴 들었는데 잘 모르겠어. 남의 일이라서 그냥 흘려버려 지네.’ 하고 제대로 된 설명과 전달을 하지 못해 바보 같아져 어색한 웃음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진짜 전문가가 아니라서 요즘 일을 이해 못 하는 것일까. 이전에도 전문가 아니었는데도 알아들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입력이 안 되는 것인가?
젊은 사람들은 그냥 IT나 홍보, 마케팅 등 분야에서 일한다고 대충 대답한다. 그러니까 거기서 뭐 하는데? 하고 다시 물으면 말해도 몰라하고 어물쩍 넘겨버린다. 하긴 들으면 들을수록 무엇을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차라리 '응, 요새 많이들 하는 IT계통이라고.' 하면서 이해한 척한다.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설명이 안 되는 그일 자체가 애매모호한 직업은 아닐까.
이전에는 첫 직장이 평생직장이라고 할 만큼 오래가고 중요하였다. 요즈음은 평생직장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무능력자가 한 곳에 오래 정체되어 있다고 여기는 것이 다반사이다. 고학력으로 다져진 인재들이 시간제 알바로 지내기도 하고 더 많은 스펙을 쌓으려고 학사에서 석사 그리고 박사의 과정을 이수하기까지 한다. 실제로 넘쳐나는 그 학력이 현실 직장에서 제대로 유용하게 사용되기는 할까.
노동이 무엇일까. 인간은 왜 일을 하는 것일까. 인간에게 일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가장 기본적인 이유가 의식주 해결이다. 그리고 거기에 사회참여가 있다. 인간은 사회인으로서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면 사회적 욕구로 이동한다. 일을 함으로써 능력을 인정받고 가치 있는 일을 하여 자아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산업혁명이전에는 노동이 장인 한 사람이 한 가지를 마무리했다. 노동의 가치가 사람에게 있었다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시간단위로 측정하기 위해 일이 세분화되면서 인간은 노동에서 소외되어 소모품으로 전락했다. 인간이 주도하는 노동이 아니라 인간은 기계의 주도하에 돌아가는 톱니바퀴 중 하나가 되었다. 찰리 채플린은 그것을 영화 ‘모던 타임스’에서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일 자체가 너무 세분화되어 전체 과정과 목적과 진정한 의미를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모두들 그 안의 톱니바퀴처럼 돌아만 갈 뿐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도 없고 자신이 하는 일이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지 못한다. 그렇게 일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없으니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헬싱키에서 60세 세무 직원이 책상에 엎드려 죽어 있는 것을 이틀 뒤에 발견되어 매스컴에서 떠들썩하였다. 그만큼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하기도 어렵고 관심도 없다.
한 연구에서 직장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13%만 열심이었고 나머지는 무성의하거나 적대적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각자 자신이 하는 일의 시간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여 직장 내에서의 직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다분하였다고 한다. 아주 적은 숫자가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고 나머지는 무늬이다.
의미도 만족도도 없이 그저 생계유지와 사회적 신분유지를 위해 그곳에 긴 세월 매달려 있는 것이다. 일을 하는 척만 할 뿐 실제로는 지겨운 시간을 견뎌내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은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모르는 데 어떻게 평생 직업으로 이끌고 가겠는가. 이 일 저 일을 떠돌며 정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세분화된 일들은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완전한 일이라고도 볼 수 없다. 그러기에 아무나 할 수 있다면 고학력과 전문 학력은 왜 필요한 것일까. 고학력이나 고스펙은 직장을 얻기 위한 등용문인가. 실제로 그 학력들이 현실에서 전혀 무용하다면 사회적인 면에서나 개인적인 면에서 얼마나 큰 손실인가.
자신의 학력에 비해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리고 생계유지를 위해, 사회적 지위를 위해 버텨야 한다면 그 사람은 과연 직장에서 얼마나 만족하며 얼마나 자기 가치를 신뢰할 수 있을까. 요즘 젊은 세대들이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고생 없이 살아서 함부로 직장을 때려치운다고 부모 세대들은 한탄하다. 일에 대한 만족과 일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없어서 떠도는 것이 그 젊은 세대들의 현실이다.
일이란 것 자체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간에게 의미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아무 일이나 이름만 그럴싸하게 바꿔서 일인 것처럼 속이지 말고 진정한 일을 하게 해서 사회에 참여하는 의미를 갖게 해주어야 한다. 지위의 높고 낮음이 문제가 아니다. 연봉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다.
일에서 노동에서 만족을 얻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진정한 사회인으로서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생긴다. 진짜 쓸모 있는 일을 찾자. 진짜 일을 찾아 같이 하자. 하찮은 일이 아니라 만족되는 일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