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차리기
수영을 할 때 숙제하듯이 머리로 계산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진짜 숙제가 되어 운동이 아닌 노동이 되어 버린다. 그의 부작용으로 어깨부상이 따라온다. 그리고 즐기지를 못해 엄청난 피로가 몰려온다. 운동이 노동으로 뒤바뀐 것이다. 운동이 노동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운동이 운동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몸을 느껴야 한다. 내 몸이 물속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느껴야 한다. 생각으로 몸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몸이 이끄는 데로 마음이 따라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물이 저항하는지 몸이 저항하는지 알아차리게 된다. 저항이 유독 심하다 싶을 땐 몸이 물과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힘을 빼서 조율하면 물의 저항을 줄여서 부드럽게 수영을 할 수 있다.
물은 그대로이다. 물이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내 몸이 저항을 하거나 마음이 급한 것일 뿐이다. 물은 내 맘대로 통제할 수 없지만 내 몸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 속도를 내보고자 쓸데없이 힘을 써 물을 밀어내느라 아팠던 어깨와 뻐근했던 뒷목이 힘을 빼고 하면 오히려 부드럽게 풀린다.
급한 마음으로 몸을 강요하거나 저항을 이겨먹으려고 몸에 더 힘을 쓰게 되면 힘은 힘대로 들어가고 몸은 몸대로 아프고 지치게 된다. 즐겁지 않은 힘든 운동이 되어버린다. 항상 배려라는 것이 뒤따라야 상황이 파악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물과 몸이 조화롭게 즐거운 운동을 할 수 있다.
배려 없는 운동은 노동이고 몸을 혹사하는 것이지 몸을 강화해 주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하든 자신에 대한 배려가 먼저인 것 같다.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만 되는 일일지라도 강요가 아니고 억지로 버티고 견디게 하는 것이 아니면 할 수 있다. 서서히 적응하도록 기다려주고 배려하면 적응이 적응을 불러 나름 리듬을 타게 되고 생각보다 더 잘 해내게 된다.
여럿이 하는 운동은 특히 더 노동으로 빠질 위험이 있다. 누가 누가 잘하나 내기한 것은 아니지만 서로 보는 눈이 있어 무의식적으로 경쟁하게 된다. 기왕이면 남보다 더 잘하고 싶고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빡세게 하고 있게 된다.
어깨에 파스를 도배하고 나와서 하는 수영자도 있고 팔을 쓸 수 없으니 잠수부 호스를 입에 물고 수영하는 이도 있다.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 부상이 생긴 것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다. 열심히 해서 어깨부상이 생긴 것이 아니다. 몸을 배려하지 않고 막 써서 부상이 생긴 것이다.
그럴 땐 보여주기 위한 수영이 아니라 현재 몸 상태를 보면서 자신이 어떤 동작을 무리해서 하는지 어느 곳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간 무리한 힘을 빼면서 하다 보면 아프던 통증이 치유되듯 견딜만해진다. 잘못된 동작과 잘못 사용한 습관들이 모여 통증과 부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일단 보여주기 위한 생각을 알아차리고 몸이 느끼는 수영을 하면 부상은 없고 소소하게 즐기는 수영을 할 수 있다. 어제는 어깨가 올라가지 않을 것처럼 어깨통증이 있었는데 오늘은 알아차림과 배려하는 수영으로 어깨통증이 사라졌다.
사람이 많다 보니 중간에 수많은 코치들의 강습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정신이 나가버린다. 그래서 그들의 말대로 하다 보면 자신의 템포를 잃어버린다. 아무리 이래저래 자신들의 경험치를 읊으며 가르쳐줘도 각자 몸이 다르듯 각자만의 영법을 몸이 느끼고 알아차려야 한다. 그러려면 그 소음들을 걸러낼 줄 알아야 한다.
그냥 숨쉬기만이라도 잘하자 하는 맘으로 임하면 몸이 알아서 팔다리를 저어나가고 있다. 괜히 숙련자들(그저 수영장을 오래 다닌)의 코치에 ‘내가 그렇게 엉망인가’ 하며 자신감 잃고 흔들려 몸을 강요하여 속도를 내면 원치 않는 부상도 덤으로 생기게 된다. 자신감이 떨어지면 가장 기본적인 숨쉬기를 하는 것이 자신으로 돌아오는 첨단이다.
모든 것이 숨쉬기부터이다. 숨쉬기만 잘해도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적절한 강습에서 코치의 코치는 단순 명료하기 때문에 윈윈이 된다. 모든 코치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안다고 나서주는 돕는다고 나서는 코치들의 아우성이 역효과를 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강사는 당연히 잘하니 강사겠지 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있고 같은 수영자는 시샘의 대상이기도 하고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여 경쟁심을 불러일으킨다. 경쟁은 자신과 해야지 다른 사람과 하게 되면 숙련되지 못한 몸이 잘못 사용되어 몸에 무리가 생기는 것이다.
오늘은 정신 차리고 천천히 되새김질하듯이 재촉하지 않고 자세를 교정하며 하다 보니 수영속도도 어제보다 나아지고 몸도 교정되어 즐거운 운동이 되었다. 나아지고 싶다고 마음이 재촉한다고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몸이 체득하여야 나아지는 것이다. 체득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어제의 힘든 과정을 알아차리고 오늘은 나를 배려하니 나로 돌아와 주었다. 너무 늦게 알아차리면 통증이 고질화 되어 부황을 뜨고 침을 맞고 주사를 맞고 파스를 붙여가며 숨 쉬는 호스까지 동원하며 수영을 하게 된다. 알아차림에도 적절한 시기가 있다. 심장마비의 골든타임처럼 적절한 시간이 중요하다. 제때 알아차림이 빠른 치유와 즐거움을 안겨준다. 내일도 노동이 아닌 운동을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