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고양이

쥐를 쫓자

by 오순



고양이를 입양하고 한 달쯤에 쥐를 쫓아내라고 집사는 곤히 잠든 다윗을 새벽마다 거실에 내다 놓았지. 집사는 다윗이 고양이니까 쥐를 잡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어. 고양이는 쥐의 천적이니 고양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히 쥐가 나타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 그것이 고양이를 입양한 진짜 이유였지.


다윗은 집사가 안아서 내려놓은 그 자세 그대로 잠을 자고 있는 게 아닌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잠만 자는 다윗을 보며 너는 고양이가 아닌 것 같다고 무늬만 고양이라고 그러려면 들어가 자라고 했지. 쥐가 너를 무서워하기는커녕 네 사료까지 훔쳐 먹고 있는데 잠이 오냐며 고양일로서 자존심도 없냐며 몰아붙였지. 그러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잠만 자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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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에게 부여된 책무를 포기하고 있을 때쯤 어느 날 새벽 다윗이 쥐를 진짜 잡아왔어. 어찌나 기특하던지 폭풍 감격에 휩싸인 집사는 간식 캔을 날마다 통째로 다윗에게 바쳤지. 그것으로 다윗의 평생 할 일은 끝났지. 다윗은 아무 때나 먹고 자고 싸고 놀고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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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편집디자이너로 생계를 꾸려나가며 일상에서 다가오는 삶을 풀어보고자 하는 오순의 브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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