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먹어도 살아지면 좋겠다

지상낙원

by 오순


30도를 훨씬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서양 호접란 꽃이 만개했다. 잊을만하면 가끔 물을 준 것 밖에 없는데도 보이지 않는 무엇이 작동한 것인지 자신의 할 일을 다해내고 있다. 너무 신통하여 한참을 들여다본다. 햇빛과 바람과 물만 있으면 충분히 살아내는 식물을 보니 참 부럽다.


나도 햇빛과 바람과 물만 먹어도 살아지면 좋겠다. 일하고 번 돈으로 먹을 것을 사고, 먹고 자고 치장하고 세금 내고 가족 부양하고, 그러기 위해 또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사이 죽음의 문턱 가까이 가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물만 먹고살아도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배고프면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번 보고 심심하면 또 물 한 모금 다시 마시고,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일하지 않으면 정말 행복해질까. 먹고살기 위해 일하지 않으면 좋을 것 같다. 일하고 싶어 일하면 좋을 것 같다. 넘치는 것이 물이고 사지 않아도 되니 서로 경쟁할 필요도 없고 서로서로 사이좋아 잘 지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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