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
관리자가 시끄럽게 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얼마나 세게 키보드를 치기에 저렇게 투닥거리는 소리가 크게 날까. 저러고도 자판이 남아나나 싶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것을 보니 자신이 얼마나 세게 자판을 두드리는지 모르는 듯하다. 말해주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가 더 힘들다. 계속 탁탁거리니 소리가 거슬리다.
뭐 하는 것일까. 게임을 저렇게도 하나 싶다. 손가락이 아프겠다. 맥북인데 설마 맥북을 가지고 게임을 하겠나. 뭐 하는데 저렇게 세게 두드려야 하는지 몹시 궁금하다. 망치질하는 것 같다. 그 옆에 정수기 물 채워지는 소리까지 요란스레 곁들여져 실내가 아니 내 귀가 먹먹하다.
분명 내 시선을 느꼈을 것인데 무시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 같은 데 기본이 안 된 것 같다. 자신이 어느 곳에 와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사람들이 실내에서 잘 적응하고 활용하고 있는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살펴야 하는데,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 자기 놀이하느라 바쁘다. 저러고 돈을 받아간다는 소리인데 세금이 아깝다.
키보드 강타자가 다시 나타났다. 투닥거리는 요란한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어제 그 놈이다. 정오를 삼십여 분 좀 지나서 나타나는 것을 보니 점심시간을 교대해 주는 놈인가 보다. 어제는 아르바이트생인 줄 알고 속으로 욕해댔다. 아르바이트생답게 관리일을 할 것이지 투잡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게임을 하는 것인가. 몸만 자리를 지키고 앉아 놀고 있는 것 같아 약이 올라 욕했다.
여기는 공원 무료카페이다. 세금으로 아르바이트비가 나가지 않을까 싶어 세금이 아깝다고 욕을 했다 속으로. 그런데 점심 먹으러 간 사람이 아르바이트생이고 이 놈은 관리직 정직원이 아닌가 싶다. 과감하게 자신의 일을 드러내놓고 키보드를 두드려대는 것을 보니. 누구이든 공공장소에서 저러는 것은 무례한 것 아닌가.
한참을 쳐다보는 눈길을 의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튕겨내듯 신경도 쓰지 않는 거만함이 정직원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엄청 신경이 곤두섰는데 오늘은 적응이 된 것인지 예상된 소리이어서인지 신경이 곤두서지는 않는다. 내 감정에 수위 때문인지 오늘은 어제보다 거칠게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매미소리도 그러려니 하면 참을 만 하긴 하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어차피 사라질 놈이니 그러려니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궁금하다. 저렇게 요란하게 키보드를 두드려 댈 만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무지 궁금하다. 지나가는 척 뒤로 가서 화면 좀 보고 싶다. 아무리 정직원이라도 그 교만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제 인지했다고 오늘은 신경이 곤두서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예상되는 위험은 이미 위험이 아닌 것인가. 알고 경험한 것은 반복이 되어도 신경을 심하게 어지럽히지 않는다. 이것이 적응일까 아니면 포기일까. 좋은 현상일까 아니면 좋지 않은 현상일까. 어차피 가서 간섭할 일도 아니고 권리도 없으니 견뎌 내거나 견디지 못하면 퇴장해야 하는 것이기에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합의를 본 것이 아닐까. 자신을 위한 합리화가 환경적응력이라 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다들 참을 만한가 보다. 아니면 나처럼 속으로 욕하며 참고 있을까나. 나하고의 거리가 가까워서 더 거슬릴 수도 있고 마주 보고 있어 더 신경이 쓰일 수도 있다. 돌아앉아 있었으면 같은 거리 같은 소음일지라도 견딜만했을지도 모른다.
눈으로 보고 듣는 것이 더 생생하고 크게 들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작업에 집중을 못해서 방해거리를 찾아낸 것일 수도 있겠다고 다독여본다. 그러는 사이 조용해졌다. 내 말을 들었나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언제 교대되었는지 거구의 아르바이트생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