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진단

항상성

by 오순

A : 안녕하세요 504호입니다.

혹시 010101C 차주분 계신가요~?

오늘만 주차하시는 건지 앞으로 계속 주차하시는지요?

계속 주차하시는 거면 안으로 넣어서 주차 부탁드려요. 저희 차가 저녁에 늦게 오고 아침 일찍 나가서 앞쪽으로 주차를 해야 할 것 같아요.

B : 605호 차량이고요 일주일 정도만 있을 예정입니다.

매번 앞으로 주차하시는데요 어제 한 번 불편하셨다고 뒤로 해 달라 어떻게 해 달라 하시는 게 맞는지 생각 좀 해보셨으면 합니다. 저도 엊그제 저녁에 그다음 날 새벽 출근하는데 트럭이 앞으로 주차해 놓으셔서 아무 말씀 안 드리고 그냥 옆 공간에 불편하게 주차했거든요.

앞으로 계속 있을 차는 아니지만 무슨 지정된 주차공간도 아니고 상황 따라 하시면 되지 일 년 365일 편하게 주차하시면서 한 번 불편하셨다고 말씀하시는 건 아닌 거 같네요. 불편하셔도 서로 좀 참죠.

A : 하루 불편해서 남겼다기보다는 하루만 주차하는지 앞으로 계속 주차하는지 여쭤본 거고

앞으로 계속 주차하실 것 같아서 안쪽으로 주차해주셨으면 해서 남겼던 거예요

매번 트럭이랑 저희 차가 앞에 주차했던 것은 이 건물에 차량이 두 대로 알고 있기도 하고 뒤에 주차했다가 모르는 집 차량이 주차해서 못 나간 적이 있기도 해서 앞쪽으로 주차하고 있었어요.

차량에 연락처가 있었으면 따로 연락을 해봤을 텐데 연락처도 없고 늦은 시간이라 카톡을 하나만 보내려다 보니 오해가 생긴듯하네요. 일주일 정도이신 거면 상황에 맞게 주차하시죠.


A와 B가 나눈 단톡방의 대화이다. B는 감정이 상당히 고조되어 공격적인 언어를 쓰고 있다. 그에 비해 A는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B는 그동안 쌓였던 것을 한꺼번에 폭로하면서도 자제하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그에 비해 A는 쌓인 감정이 없어 상황설명과 함께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상대가 무엇을 빼먹었는지 차분히 지적하고 있다. 어찌 보면 A가 B보다 더 여유 있고 강자 입장이다. B입장에서는 A가 사과하고 더 겸손해야 하는데 너무도 당당하다 못해 뻔뻔하다고 여긴다. 이성과 감정의 격돌이다. 온라인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드러나는 오프라인에서의 격돌이었다면 어떠했을지 모르겠다. 우아하게 B의 감정을 밀어낸 A가 승자일까. 감정과 함께 모든 상황을 폭로한 B의 승리일까.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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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편집디자이너로 생계를 꾸려나가며 일상에서 다가오는 삶을 풀어보고자 하는 오순의 브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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