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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 화장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by 오순


무심히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창밖으로 비둘기 한 마리가 높은 가지 위에서 조용히 길손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어디선가 자기를 보고 있는 누군가의 눈길을 의식하지 못한 채 머리만 잠깐 움직일 뿐 꼼짝하지 않고 있다. 같은 밖이었으면 느꼈을 기척을 유리창 하나로 차단되어 뒤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홀로 있어도 혼자인 것 같지 않게 세상 편하게 안착하고 있다. 누가 누구를 구경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내 뒤에서는 누군가 또 그렇게 나를 보고 있을까. 내 뒤에 눈이 있지 않아 볼 수는 없지만 미루어 짐작컨대 꽁꽁 숨어 있지 않는 한 보일 것이다.


뒤에 눈이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사방이 다 보이면 참 곤란할 것 같다. 전혀 알고 싶지 않은데 보이는 대로 알게 되니 버거울 것 같다. 드디어 비둘기가 부리로 털을 고르려고 고개를 돌리려다 내 쪽을 보았다. 그러나 의식은 하지 못한 듯 몸단장하기 바쁘다. 푸드덕 날아가지 않는 것을 보니 못 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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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편집디자이너로 생계를 꾸려나가며 일상에서 다가오는 삶을 풀어보고자 하는 오순의 브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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