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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오해

by 오순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지만 극복은커녕 공황장애가 올 정도로 물공포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언제까지 물공포 속에 있게 될 것인가 두고 보자.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여객선도 물에 뜨는데 이렇게 작은 내가 언젠가는 뜨겠지.


자신보다도 더 나이 들고 힘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자유롭게 떠다니며 수영하는데 하물며 유아들도 하는데 자신이 무엇이 모자라서 수영을 배우지 못하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 내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필사적인 노력으로 몇 달 만에 헬퍼나 킥판 없이 물 위에 떠서 수영할 수 있었다.


이젠 속도를 내야 다른 수영자들과 같이 수영을 할 수 있는데 속도가 나지 않는다. 레인 반바퀴만 가도 숨이 차고 몇이나 되는 수영자들이 내 앞을 무질러 가야만 겨우 도착할 수 있다. 시작점에서는 좀 물이 얕다가 끝에 가면서 깊어지는 수영장이다. 키까지 작아서 물공포와 함께 그 깊은 지점만 가면 더 무서워 몸이 굳어진다.


일단 물에 떴으니 시작은 한 셈이니 열심히 팔다리를 저어가며 사람들과의 부딪힘과 물에 대한 공포와 격투를 벌이고 있었다. 수시로 가다가 멈추어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다 조금 나아가기를 반복했다. 수시로 먼저 가시라고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 숙이며 그래도 그만두지 않기 위해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고 물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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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편집디자이너로 생계를 꾸려나가며 일상에서 다가오는 삶을 풀어보고자 하는 오순의 브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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