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by 최순자

“오늘이 칼럼 베껴쓰기 1년째 되는 날이더라구요. 이끌어 주신 덕분에 1년 동안 꾸준히 쓰게 되었네요. 8살 작은 녀석이 엄마의 글쓰기를 따라서 어린이 신문 기사를 필사한다며, 노트를 준비하네요. 이런 긍정의 효과가 또 생기네요.” 내 홈페이지에서 나와 같이 칼럼 베껴쓰기를 같이 하고 있는 회원이 디저트 셋트 쿠폰과 보내온 내용이다.


약 10년 전, 교사직무교육 강사와 현장 교사로 만나 지금까지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특별히 1년 전부터는 나와 ‘글 쓰는 삶’이라는 모임에서 각자 쓴 글을 합평하는 시간도 함께 하고 있다.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에서 같이 성장해 가는 관계가 되었다. 책과 글 관련 전문가가 되겠다고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고 있다.


1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칼럼 베껴쓰기를 하는 것을 지켜보며 나도 기쁘고, 실천하고 있는 회원이 대견스럽다. 더구나 손 글쓰기로 또박 또박 쓰고 있음에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나도 한 때는 손 글쓰기로 써보기도 했으나 어깨가 아파 도중에 글자판을 두드리며 쓴다.


손으로 글을 쓰면 단어 하나하나가 머리뿐 아니라 가슴으로 들어옴을 느낄 수 있다. 그냥 눈으로 스쳐간 글자가 어쩜 이렇게 다를까 할 정도로 몸으로 들어온다. 1년 동안 몸으로 받아들인 양식은 그의 몸속에 살아,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할 터이다. 그의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박경리 선생은 토지문화재단을 설립하면서 "사고하는 것은 능동성의 근원이며 창조의 원천입니다. 그리고 능동성이야말로 생명의 본질인 것입니다. 하여 능동적인 생명을 생명으로 있게 하기 위하여 작은 불씨, 작은 씨앗 하나가 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생명의 본질인 능동성을 가지고 작은 불씨, 작은 씨앗을 심고 있다.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8살짜리 아이도 베껴쓰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말하는 대로 자라지 않는다. 부모의 행동하는 것을 보고, 배우고 자란다.


몬테소리 교육을 창시한 마리아 몬테소리는 아이들의 발달 특성 중 하나로 ‘흡수정신’을 말한다. 이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아이들은 환경을 흡수한다는 것이다. 흡수정신은 다시 ‘무의적인 흡수기’와 ‘의식적인 흡수기’로 나뉜다. 만2세까지의 영아기를 ‘무의식적인 흡수기’ 만3세에서 만5세까지의 유아기를 ‘의식적인 흡수기’로 본다.


무의식적인 흡수기는 아이가 주변 환경을 취사선택 없이 있는 그대로 흡수한다는 것이고, 의식적인 흡수기는 나름대로 판단해서 관심 정도에 따라 선택한다는 것이다. 엄마의 칼럼 베껴쓰기를 보고 자기도 하겠다고 한 아이는 엄마의 베껴쓰는 모습을 보고 관심이 생겼던 것이고, 좋아보였던 것이다.


칼럼 베껴쓰기는 좋은 읽기 연습이라 할 수 있다. 또 몰랐던 단어를 알게 되므로 어휘력이 늘어나고, 다방면의 지식과 세상을 보는 관점도 생겨난다. 이는 곧 글쓰기에도 직결된다. 독서와 글쓰기에 관심이 유난히 많은 엄마는 아이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또 글도 잘 썼으면 하는 마음도 분명히 있을 터이다.


그러던 차에 자신이 얘기하지 않아도, 엄마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겠다는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대견스러울지는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훤하게 그려진다. 이렇듯 아이 교육은 부모가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나는 이 아이가 꾸준히 베껴쓰기 하는 것을 지켜보고 1년 후 보상해 주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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