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육아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by 최순자

제목이 조금은 도발적인 <무슨 애엄마가 이렇습니다(윤은숙)>책이 있다. 조선시대 러브 레터 한 장이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음을 간파한 저자는 자신의 육아 경험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글쓴이는 일간지 기자로 아들과 딸을 낳아 10년 간 육아를 경험했다. 책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 일이 힘든 일이지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를 전하고 있다. 그러기에 엄마들에게 “집에서 애나 키우라는 말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한국사회의 저출산 문제해결 아이디어도 제공한다.


책을 읽다 보면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감정을 사계절 날씨로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햇살 가득한 봄날이 있는가 하면, 먹구름과 천둥 번개, 소나기를 동반한 여름이 있고, 맑고 파란 하늘의 선선한 가을이 있고, 폭풍우 몰아치는 겨울도 있다. 감정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나 무엇보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육아의 본질을 꿰뚫고 애쓰고 있는 엄마를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출산 때 아이를 만난다는 기쁨보다 고통스런 출산을 끝냈다는 사실이 더 감격스러웠고, 거북이 걸음 처럼 느린 아이의 성장 속도에 분노했다고 한다. 젖먹이는 시간 외에는 쉬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면 힘겨운 시간이 끝날까? 아이를 던지면 이 시간은 끝날까?”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했음을 고백하고 있다.


또 한국 사회 육아환경의 문제를 짚고 대안도 제안하고 있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소중한 가치와 무게를 배웠으면 어땠을까?”라고 되묻는다. 이 반문처럼 고등학교나 대학, 또는 결혼 전이나 출산 전에 예비 부모교육을 통해 ‘부모됨의 의미’나 ‘아이 발달과 심리’를 배웠더라면, 덜 불안해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출산, 육아를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저자가 고백했듯이 분노하며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지 않았음이 틀림없다.


잘 몰라서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귀동냥으로 아이를 키웠던 것에 대해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이 참으로 아깝고, 정말 너무 슬픈 일이다. 남들 말에 휘둘러 아깝게 보낸 시간이었다.”고 안타까워한다. 또 아이를 낳고 1년째에는 육아로 섬에 표류해서 사는 것 같은 외로웠는데, 이때 가장 좋은 친구는 다른 아이의 엄마였다고 한다. 함께 만나 육아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엄마도 마찬가지였을 터이다.


육아정책 관계부처에서는 저자의 이 얘기를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둔 엄마들이 쉽게 만나 육아 경험을 나누거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장소를 마을마다 두거나 권역별로 만들면 양육불안과 부담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실제로 핵가족화로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젊은 엄마들이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하며, 아이가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몰라 불안해한다. 이런 장소가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7년 간 머문 일본에서는 지역마다 ‘자녀양육지원센터’가 있다. 이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무료로 운영한다. 이곳에는 센터장을 비롯하여 상담사나 보육교사도 상주한다. 아이를 둔 가정이 이용할 때는 반드시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 엄마가 오는 경우가 많다. 엄마는 아이가 교사나 또래친구와 지낼 때 다른 엄마들과 육아 경험이나 고민을 나눈다.


종종 젊은 엄마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면 ‘독박육아’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 한다. 이 책의 저자도 그렇다. 혼자서 육아를 맡고 있음에 화가 나 짐을 싸서 친정으로 가 버린다. 저자를 화나게 했던 것은 육아 뿐 아니라, 가사에서도 거의 혼자서 도맡았다.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모르는 것 같다며 남편에게 하숙생이냐고 묻고 자신은 가사도우미가 아니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으며 남편을 이해시킨다. 저자는 요리, 설거지, 빨래, 청소를 집안일 4종 세트로 본다. 빗살무늬 토기를 만든 신석기인에게는 설거지의 구차함을 갖게 해주었음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영국 국립 아동발달연구소 연구에 의하면, 아빠가 육아에 함께 참여했을 때 아이가 나중에 사회적으로 보다 유능하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를 '아빠 효과'라 한다. 이 외의 연구에서도 아빠의 육아참여는 아이의 신체, 사회, 인지, 도덕성 발달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저자도 말하고 있듯이 엄마가 주로 육아를 할 경우 가장 큰 스트레스는 아빠 참여가 저조했을 때였다. 이는 아빠의 육아 참여에 대한 제도와 정책을 더 고민해야 함을 보여준다.


책에서는 우리 부모들의 삶도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자신의 친정 엄마가 “늙었지만 내 인생 중 내 시간을 가지고 혼자 사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한 말을 소개한다. 스스로 직접 육아를 하면서, 넉넉지 않은 생활 속에서 자녀를 다 키워낸 엄마의 30여 년 간의 삶을 갈아 먹었음을 알게 된다.


손자녀를 돌봐주고 있는 부모들의 삶을 생각해 보게 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며 직장을 다닌다며 아이를 봐 달라고 하면 어느 부모가 못한다고 할 것인가? 물론 종종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손자녀를 봐 준다. 그러나 이는 어르신들의 여생이 없어진 것도 문제지만 아이들의 발달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들은 누구의 사랑을 가장 받고 싶겠는가? 우리도 그랬듯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니라 자신의 부모일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무리 사랑해주더라도 부모가 채워주지 않을 때 아이의 마음은 사랑 받는다는 확신으로 채워지기 어려울 것이다.


아이 마음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모가 바빠서 자신을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상처를 입고 불안, 불만을 갖게 될 터이다. 그런 심리적 상태는 곧 공격적 행동이나 산만한 행동 등 부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리라 본다. 그러므로 정부에서 조부모 육아 참여 독려는 지양해야 할 것이며, 아이의 부모가 육아를 주로 할 수 있는 육아 정책을 내놔야 한다.


책에서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을 다니는 엄마의 심정도 잘 드러내고 있다.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보고 “아이의 울음은 발목을 콱 무는 것 같았다.” “출근하는 내내 슬픈 공기가 차를 한가득 채웠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라며 운전대를 붙들고 울먹이기도 한다. 엄마의 사랑을 더 받고 싶은 아이는 “엄마는 내가 스트레스 받는데도 직장이 더 중요해.”라고 한다. “직장을 마치고는 별 같은 눈빛을 찰랑대면서 다시 집으로 출근한다.”며 아이들을 만난다는 기쁨과 육아의 힘듬을 출근으로 표현한다.


결혼과 육아는 통과의례가 아니라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사건으로, 아이들은 자신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존재임도 잊지 않는다. 또 아이는 낳은 순간부터 엄마를 먹고 크는 존재로 본다. 그럼에도 관성처럼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은커녕 자신을 잘 모름을 털어놓는다. 이를 통해 부모 지원 정책으로 부모 자신을 들여다보고 다독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한다.


스스로의 다짐을 들려주며 육아 팁도 제공한다. 남편의 해외근무로 가족이 같이 이주한다. 그곳 유치원에서 교사가 아이를 방 안에 혼자 있도록 한다. 이에 아이는 집에 와서 엄마에게 투정을 부린다. 이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저자는 앞으로는 아이의 앞날을 위한다는 구실과 아이보다는 모든 것을 더 많이 안다는 오만으로 아이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귀를 막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 민감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다.


또 아이가 아픈 경험을 통해 부모에게서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원초적 굴레라는 것도 깨닫는다. 가족나들이를 갔다가 아이가 보이지 않은 10분 동안 아이를 찾아 헤메고 나서는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남은 생은 없다는 말을 실감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저자는 육아가 힘들지만 예쁜 아이들의 웃음은 아주 비싸다는 것, 고난의 행군 속에서도 마르지 않는 것은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 아이와 나누는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이로 본다. 그럼에도 한국사회는 임산부에게 지하철 안에서는 어이없을 정도로 무례한 경우도 있고, 경력 테러라 할 수 있는 경력 단절이 너무나 쉽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대학생들과 저출산 문제를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이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헬조선이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는다. 무엇이 헬조선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제사 지내기’ ‘가부장적 분위기’ 등을 든다. 또 교육비 부담, 자신의 삶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출산 후 여성의 사회적 지위 불투명도 든다.


정부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최하위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예비부모와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부모에 대한 꼼꼼한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결론적으로 ‘애나 키우라.’는 말은 없어져야 하며 아이를 지금보다 더 쉽게 키울 수 있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함을 전하고 있다. 아프리카 속담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 UC버클리대학교 인지발달학자인 앨리슨 고프닉 교수는 “양육이야 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라고 한다. 나는 “양육이야 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가치로운 일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 하면 영유아기는 인간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모든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때 우리 미래는 그만큼 더 밝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육아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새삼스럽게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자신을 희생하면서 6남매를 잘 키워준 나의 어머니에게 감사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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