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오늘의 태양은 또 떠오르리라

by 최순자

신정 연휴 이틀째이다. 오후에 가족과 등산이라기보다 산길을 걷기로 하다. 자유로를 달리다 임진강 너머 북녘 산하를 바라보며, 동포들의 안녕을 기원해 보았다. 헤이리 근처 장준하 선생이 잠든 곳 옆에 있는 검단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왼쪽 길로 접어들어 걷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살래살래 흔들며 걸을 수 있는 길이라 해서 ‘살래길’이라 이름 붙여진 산길이다.


잎을 떨군 나무들이 스스로 추위가 되어 꽤 세게 부는 겨울바람을 맞고 서 있다. 나무들은 춥다고 투덜대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의연하다. 통일동산 관광특구로 지정받은 곳이라서인지 안전막을 치고 공사를 하는 구간도 있다. 산길에는 가족 단위 몇 팀이 보였다. 주로 우리처럼 중년의 부부가 많이 눈에 띄었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반이면 돌 수 있는 코스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자 한강 너머 아스라이 보이는 산 위에 석양이 강 위에 빛을 발하고 있다. 하늘은 차츰 빨간 물감을 뿌린 듯 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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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연인, 친구들과 지는 해를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두 청년은 편편한 돌을 대여섯 개 올려 돌탑을 쌓는다. 어떤 소원을 빌고 있는 것일까? 올해는 원하는 곳에 취업이 되게 해달라고? 아니면 배필을 만나 결혼하게 해달라고하는 걸까? 그들이 떠난 뒤 그들의 마음 위에 내 마음도 얹어 보았다.


어제 새해 첫날, 지인에게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 여름에 60대 중반의 가족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러면서, 새해라고 어떤 특별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소중한 것 같다고 한다.


서쪽 산 위에서 천천히 저물어 간 해는 내일 다시 떠올라, 오늘의 내일이 밝아오리라. 순간, 오늘이 모여 인생이 되리라. 매일인 오늘을 잘 지내도록 하자. 순간과 오늘을 살아낸 검단사 고목이 겸손하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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