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영화 ‘펜스’를 통한 부모-자녀 관계 단상

by 최순자
?fname=http%3A%2F%2Ft1.daumcdn.net%2Fmovie%2Fea32293fcb40c192ffb8b13cc5b10a8849b48cb0


교육 방송에서 방영된 영화 '펜스'를 봤다. 남자 주인공 트로이는 스스로 가장으로 책임을 다한다고 생각하지만, 상처받은 가족과 이별한다. 영화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동생에 의해 천국의 문을 여는 것으로 끝난다. 내용은 무거웠지만, 가족의 문제, 특히 부모-자녀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를 통해 2차 대전 후 시대상, 당시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흑인의 정체성등을 엿볼 수 있었다. 여주인공 로즈는 가족의 울타리가 되려고 노력했으나, 큰 틀에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가족의 문제, 부모-자녀 관계의 대물림, 존재감을 갖게 해주었다는 사람과의 외도로 아내에게 외면받는 남자... 등을 그리고 있다.


부모교육과 아동발달에 천착하고 있는 내가 영화에서 본 것은 부모-자녀 관계의 잘못된 대물림이다.트로이는 아버지의 학대로 14세에 집을 나온다. 살기 위해 도둑질을 하고, 그 과정에서 살인을 한다. 출소 후 가정을 이루나, 두 아들에게 마음으로 다가서지 못한다. 아들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어느 날 둘째 아들이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라며 아버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음을 느끼고 물어본다. 아버지는 “널 반드시 좋아할 이유는 없어.”라고 말한다. 나는 자신이 사랑받고 싶은 대상으로부터의 부정은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가를 상담 현장에서 만나고 있다.


가장의 의무로 매주 금요일 주급을 받아 아내에게 건네지만, 가족에게 마음은 열지 않는다.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던 큰아들은 사회적으로 일탈 행동을 보인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이 문제는 영화가 만들어진 1950년대 미국 사회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교육청 교육프로그램으로 학기 중에는 고등학생들을 만나기도 한다. 어느 날 하루, 두 여학생이 얘기를 나누는 것을 듣게 되었다.


“지가 언제부터 친했다고, 요즘 친한 척 한지 모르겠어.”


여기서 ‘지’는 자신의 아빠를 지칭한다. 아빠는 영화 속 아버지처럼 열심히 일해서 자식 뒷바라지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이다. 일로 바빴건 어떤 이유에서든 평상시 아빠는 아이와 살갑게 지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아빠가 딸아이와 잘 지내고 싶어 말을 걸었나 보다. 그 아빠에 대한 딸의 반응이다. 부모-자녀 간은 부모가 사랑으로 착각하고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 쪽에서 느끼는 사랑이어야 한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부모-자녀 관계의 잘못된 대물림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느 대에선가 자각이 있어야 한다. 문제를 깨닫고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이는 개인 혼자서는 어려울 수 있다. 사회․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 전 국민에게 건강검진을 받게 하듯이, 국가적으로 부모교육․가족상담 일상화와 의무화를 기대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4. 집 주변에서 맞은,  여섯 번째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