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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자 Jan 26. 2022

161. 15년 아니 평생 품을 고마움

내 이름을 비번으로 쓰는 제자가 있다.

그를 만난 게 2008년이니 어언 15년 인연이다.

그가 나에게 보여준 배려를 나는 15년째 품고 있다.

아니 평생 품고 갈 것이다.     


나는 그때만 해도 운전면허는 가지고 있었으나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았다.

자발적 불편함을 택했다.     


동경 유학 7년 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그들의 검소함이다.

교수들도 자동차보다 

가까이 사는 분은 걷기나 자전거,

거리가 있는 분은 전철을 주로 이용했다.     

2001년 귀국 후 자동차로 가면 한 시간이면 될 거리도

대중교통을 몇 번 갈아타고 세 시간을 걸려

강의를 다니기도 했다.     


한명숙 전 총리의 글을 읽은 적 있다.

“나라도 환경오염을 덜 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라고 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내가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았던 것은

에너지 절약과 환경오염을 조금이라도 막아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 내가 2008년 강의를 했던 곳 중 하나는

보육교사를 양성하는 교육원이었다.

집에서 그곳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었다.

한 번 갈아타야 하고 배차 시간도 길었다.     


그런 나에게 

가까이 사는 제자가 약 1년 동안 

아침마다 자동차로 나를 데리러 왔다.

귀찮을만도 한데 단 한 번도 

얼굴에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차에 타면,

새초롬한 표정의 그의 둘째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를 유치원에 바래다주고 자유로를 달려

교육원에 같이 왔다.     


졸업 후에도 종종 소식을 주고받거나

얼굴을 두세 번 봤다.

그가 보육교사, 교재교구 업무를 하다가 

건강상 지금은 잠시 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네에서 이사하기 전,

그를 만나 식사라도 하고 싶어 연락했다.

그가 먹고 싶은 곳을 예약했다가,

이사를 앞둔 이틀 전으로 몸과 마음은 분주하지만,

내 집에서 밥 한 끼 해 주고 싶었다.      


건강에 좋을 만한

연어, 갈치, 두부, 시금치를 사서 굽거나 무치고,

남편이 옛날 맛을 느끼고 싶다고 만들어 놓은 닭 간장을 넣어 

떡국(새해 의미 부여함)을 끓이고,

총각김치와 김장김치로 소박한 밥상을 차렸다.     

그와 마주 앉아 식사하며 마음을 나누고,

그가 강릉에서 사 온 다과와 가져온 과일로

석별의 정을 나눴다.     


그도 마음을 글로 남겼다.     

".. 

한 번의 부름 눈짓에 

제자 삼아 보듬고

스승 삼아 존경하게 되는 분,

...

한다면 하신다는 분"     


그와 내가 믿는 신께 기도한다.

생각이 맑고 마음이 고운 그가

더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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