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자살 예방, 영유아의 건강한 심리적 발달 보장으로!
한국은 1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이다. 정부는 이 오명을 벗고자, 2018년 1월에 ‘자살 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내놓았다. 그 내용은 자살 진행 과정에 따른 원인분석, 고위험군 발굴체계, 자살사건 발생 후 관리와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생명존중과 자살 예방은 인간형성기인 영유아가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정책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 문제해결이라 본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그 지혜를 알고 있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있다. 여기서 세 살은 세 살 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서 세 살까지를 의미한다. 지금은 여든이 아니고 백세까지 간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병리적 증상을 가진 사람들을 상담하고 치료해 온 정신의학자나 임상심리학자들이 모두 강조하는 것이 있다. 인간형성기인 영유아기 때의 양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유아기 때 무엇보다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가져야 한다. 이를 ‘애착형성’이라 한다. 영유아를 둔 부모들은 나름대로 자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부모 방식의 일방적 사랑이어서 안 된다.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진정한 사랑으로 느끼는가가 중요하다. 사랑은 주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애착형성은 생애 초기에 이루어진다. 아이들이 12개월 정도까지 스스로 잘 걷지 못하고 누워 있는 것은, 먹여주고 안아주고 말을 걸어주는 등 절대적 보살핌으로 애착형성을 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애착이 형성된 아이는 다른 사람을 믿고 세상을 신뢰하고 긍정적인 인간으로 성장·발달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도 한 인간이 긍정적인 사람이 되느냐 부정적인 사람이 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이 시기라 했다. 그는 중년 이상의 신경증 환자를 주로 만났는데 거의 다 어린 시기와 관련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어린 시기에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과 확신이 있는 사람은 이후의 삶도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 에너미 워너 교수가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 1955년에 태어난 약 700명 중, 가정환경이 열악한 201명의 아이를 30년간 추적 연구했다. 그 결과 3분의 2는 사회 부적응자로 성장하였다. 반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72명은 큰 문제 없이 성장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회복탄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복탄력성이란 실패나 실수를 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힘으로 마음의 근육이라고도 한다. 이 연구로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이 1980년대부터 심리학과 교육학 분야에 등장했고, 그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힘들 때가 있더라도 다시 일어설 힘을 가져야 한다. 그 힘을 갖기 위해서는 나를 믿어주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힘들고 지칠 때, 죽고 싶을 때, 나의 모든 것을 터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있어 주면 쉽게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지 않는다. 연구 결과, 그런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은 어린 시절 안정된 애착형성을 했을 때 가능했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물질 중심주의, 경쟁주의, 체면 문화 등의 가치관 전환도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형성기인 영유아기 때 안정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 육아 지원 정책을 보다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가 가장 사랑받고 싶어 하는 대상인 부모가 아이와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아이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다. 예를 들면, 각 부처가 협력하여 육아휴직을 확대·강화하고, 누구나 부담 없이 쉽게 드나들면서 자녀와 자신의 문제를 상담하고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상담·힐링 센터를 공공기관에서 더 많이 운영했으면 한다.
영유아의 건강한 심리적 발달을 보장하는 지원과 양육환경은 먼 듯하지만, 가장 확실한 자살 예방 정책이다. 이 세상에 그냥 온 존재는 단 한 명도 없다. 그 누구의 생명이든 천부권이고 존엄 그 자체이다. 이를 지키는 것은 개인의 몫이자 사회와 정부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