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68회 칼럼
최순자(2022). 친구들과 상호작용을 안 하는 아이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2022. 10. 30.
“저희반 한 아이가 교사와 친구들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요. 최근 2~3개월 전부터 친구들 주변에서 놀이하는 게 보이지만 대화는 없어요. 제가 어떤 질문을 해도 ‘네, 아니요.’라고 단답형으로만 대답해요. 자기 생각이나 요구를 전혀 표현하지 않고 수동적입니다. 가정에서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요?”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영유아 부적응 행동의 이해> <다문화 이해의 실제>라는 과목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이후 약 3년 만에 대면 집합 교육으로 했다. 사례 중심으로 강의하기 위해 종이를 나눠주고 아이들의 행동 중 교사 입장에서 신경 쓰이는 행동을 써낼 사람은 써서 제출하라고 했다. 그때 나온 질문 중 하나이다. 이 질문은 강의 후 제출받아 써낸 교사에게 아이의 연령이나 상황을 더 자세히 알아보지는 못했다.
이 질문을 통해 아이의 심리 상태와 도울 방법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가정에서는 말을 잘한다는 사실로 보아 아이가 말을 못 해서 교사나 친구들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 아이는 왜 어린이집에서 와서는 혼자 놀이할까? 미국 미네소타아동발달연구소에서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한 교육학자 밀그레드 파튼은 6단계의 사회적 놀이유형을 제시(Parten, 1932)한다. 단계 구분은 아이들의 사회적 참여에 따라 분류한다. 여기서 연령은 만 나이이다. 물론 반드시 그 연령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대체로 제시하는 연령에 그런 놀이를 보인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1단계는 비참여놀이이다. 태어나서부터 만 한 살 반 정도까지로 놀이라기보다 이것저것을 바라보는 단계이다. 2단계는 방관자적 단계이다. 한 살 반에서 두 살까지의 아이들이 보이는 단계이다. 놀이에 끼어들지 않고 지켜만 보는 단계이다. 3단계는 단독놀이 단계이다. 두 살에서 두 살 반까지 혼자놀이하는 단계이다. 4단계는 병행(평행)놀이 단계이다. 두 살 반에서 세 살 반까지 보이는 놀이이다. 다른 친구들과 상호작용 없이 비슷한 놀이를 한다. 5단계는 연합놀이 단계이다. 세 살 반에서 네 살 반까지 보이는 놀이이다. 장난감을 같이 공유하며 노는 단계이다. 6단계는 협동놀이 단계이다. 네 살 반 이후 보이는 놀이이다. 누군가 주도하는 아이도 있고 역할을 분담해서 협동해서 놀이하는 단계이다.
파튼의 사회적 참여 유형에 따른 놀이단계에 따르면 사례의 아이는 4단계 이전의 놀이 유형을 보이고 있다. 아이가 가정에서는 말을 많이 하는데 어린이집에 와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아이가 수줍음을 타는 성격일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수줍음은 유전이 많이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 또 소아신경과 전문의 김영훈은 “부모가 아이를 지나치게 보호하면 그 아이는 커서 수줍음을 많이 탈 가능성이 높다.”라고 한다. 다른 이유는 반에서 자기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이가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혼자만 놀이하는 것이 위의 두 가지 이유를 전제로 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놀이하거나 자기 생각과 요구를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교사가 의도성을 갖고 학급에서 말을 잘하고 친절한 아이와 짝이 되어 같이 간식이나 식사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같이 음식을 나눌 때 심리학적으로는 무장해제, 즉 마음이 가장 잘 열린다고 본다. 교사는 이 아이가 말을 잘하고 친절한 아이와 음식을 먹고, 그 관계가 놀이로 확장되도록 해보자. 또 교사 자신의 표정과 태도, 목소리를 포함해서 교실의 분위기가 편안하게 따뜻하게 해보자. 아이가 편안한 가운데 자기 생각과 요구를 천천히 말할 수 있도록 해보는 것이다. 물론 이런 환경임에도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의 성격일 수 있다. 그러한 성격은 단점이 아니라 그 아이의 특성으로 보면 된다. 관계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혼자 잘 지내는 사람으로 성장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