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88회 칼럼
최순자(2023). 말을 잘 못하는 아이가 있어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3. 1. 10.
“특별한 애로사항은 없습니다만, 한 아이가 말을 잘못하는데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아이 나이는 만 4세입니다.”
보육실습 지도 중 애로사항은 없는지에 대한 나의 질문에 예비보육교사가 한 말이다. 예비보육교사뿐 아니라 담임교사도 이렇게 언어발달 지체 아이들을 만날 것이다. 보육과 유아교육 현장에서는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아이들 언어발달 지체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얘기한다.
만 4세인데 말을 잘못하는 것은 분명 어떤 문제가 있을 터이다. 아이의 양육환경을 알아봤다. 아이 엄마가 남미에서 온 분이란다. 아빠는 한국인으로 회사에 다닌다고 한다.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하원하고 나서 엄마와 주로 지내리라 본다. 그런데 엄마가 한국말을 아직 잘하지 못한다면 아이에게 한국어 상호작용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런 아이를 담임교사로 만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교실에서 교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아이에게 또래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스위스의 인지발달학자 피아제(1896~1980)는 아이들 발달에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 했다. 성인인 우리도 생각해 보자. 성장기에 일정 나이까지는 어른들 보다 자기와 비슷한 또래에 더 관심이 가지 않았던가. 나는 그랬다.
나이가 서로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은 대학시절 한 선배 덕분이다. 어느 날 선배가 불쑥 “우리 친구하자.”며 브라질의 국민 작가 바스콘셀로스(1920~1984)가 쓴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고나서 부터이다. 소설에서 주인공 제제가 학대 받으며 정신적으로 힘듦을 나무와 뽀르뚜가 아저씨를 친구 삼아 풀어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5살 제제가 아저씨와 친구로 지내듯이 나이를 떠나 친구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되었다.
소설 속의 제제와 같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아이는 나이가 비슷한 또래에 더 관심을 둔다. 그러므로 교사는 언어발달을 늦은 아이에게는 의도성을 갖고 또래 관계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특히 식사 시간이나 간식 시간에 반에서 상냥하며 말을 잘하는 아이 옆에 말이 늦은 아이를 앉게 해주길 바란다. 왜냐하면 같이 음식을 나눌 때는 쉽게 마음이 열리기 때문이다. 음식을 옆에서 먹게 한 친구와 다른 활동에서 같이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
또 이 아이 경우는 아빠와 상담이 필요할 것 같다. 아빠에게 귀가 후에는 아이와 말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하되, 아빠가 먼저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아이의 관심사를 더 확장해서 반응해 주며 말을 해줄 필요가 있다. 아이는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을 더 잘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반에서 언어발달 지체를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교사가 조금 더 위와 같은 배려를 해주었으면 한다. 언어는 아이의 사회성 발달, 인지발달뿐 아니라 이후의 학습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