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426회 칼럼
최순자(2023). 영유아·놀이중심, 일본의 유아교육 19) 도시락을 만들면서 아이를 생각하게 한다.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3. 5. 24.
도쿄 유학 때 유치원과 어린이집 실습 때 힘들었던 일 중 하나가 도시락을 만들어 가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실습은 몸과 마음이 긴장되는 일이다. 실습지가 한 곳이 아니고 다양한 유형을 배우라는 의미로 몇 곳을 번갈아 갔다. 게다가 도시락까지 만들어 가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그나마 거리가 가까울 때는 그나마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아침 일찍 나가야 한다. 한번은 전철 방향을 거꾸로 탄 바람에 출근 시간이 촉박해서 택시를 타고 실습지에 간 적이 있다.
1990년 중반 내가 공부할 때만 해도 일본의 대부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집에서 도시락을 싸왔다. 영양을 충분히 고려한 도시락이었다. 거기다 음식은 눈으로도 먹는다고 하듯이 색상을 고려한 도시락도 기억에 남아 있다. 교사도 아이들과 한 책상에 앉아 먹는다. 나는 계란말이, 멸치볶음 등 간단한 한국식으로 만들어 갔다. 그러면 아이들이 이름이 뭔지 물어오던 기억이 있다.
일본도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아직도 집에서 도시락을 만들어서 가져오게 하는 것을 고수하는 곳이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집에서 도시락을 만들어 오게 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엄마의 마음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부모가 아이 도시락을 만들면서 아이들을 생각하라는 의미라는 얘기를 들었다.
관점의 전환이다. 우리는 보통 아이가 엄마 사랑을 생각하라는 뜻으로 도시락을 만들어서 보내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직장에 다니는 부모도 도시락을 싸는 시간만큼이라도 아이를 생각하게 하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도시락을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도시락을 싸면서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향기를 좋아하는지 등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란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특히 직장에 다니는 부모는 아이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 바쁘지만 이렇게나마 아이를 생각해 보게 한다는 것은 아이 중심 육아라고 할 수 있다. 소풍날조차 김밥집에 줄을 길게 선다는 우리 풍경을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