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2024). 죽기 전까지 하고 싶은 것.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6. 24.
2월 말에서 4월 중순까지 8회에 거쳐 지역주민자치센터에서 일본어를 가르쳤다. 내가 갖고 있는 역량으로 지역에서 봉사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였다. 일본어는 내 전공은 아니지만, 일본 유학 7년에다 일본어 능력 1급을 소지하고 있다.
내가 처음 일본어를 접했던 것은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 과목을 통해서다. 2학년 때는 교재 상권, 3학년 때는 하권을 배웠다. 기특하게 학교 오가며 교과서 문장을 다 외웠다. 이후 대학에서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유학 전 학원에 다니면서 배웠다. 유학 가서는 전공 공부 들어가지 전 1년 동안 일본어 학교에서 하루에 4시간씩 공부했다. 어학 공부 5년, 이후 유학 생활을 포함하면 약 12년 정도 일본어를 접한 것 같다. 덕분에 번역서도 냈고, 한일 교육 관련 학회 회장도 했고, 지금도 한일 상호 문화이해 국제 연구를 하고 있다.
일본어반 개강 때 20대부터 70대 은퇴자까지 남녀 절반 정도씩 10여 명이 참가했다. 은퇴 후 텃밭을 일구며 지내는 분, 전직 교사와 기자, 특기 강사, 목장 운영자, 택시 기사, 주부, 대학생 등이다. 배움의 동기는 “일본 여행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교재는 이 점과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일본인 교수에게 추천받아 선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동기는 “일본어 가르쳐 주는 곳 다 찾아봐도 없었다. 이번에 개설되어 조금 멀지만 오고 있다. 죽기 전까지 하고 싶은 것 하겠다.”였다. 50대 후반으로 9년째 암 투병 중인 분이었다. 항암 치료를 20여 번 받았고, 폐에 전이된 상태라 치료받지 않고 사는 데까지 살다 가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고 싶은 것 하겠다고 버스 타고 외국어를 배우러 온 열정은 무엇일까. 내가 일본 유학 중에 영어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일본 유학 후 미국 유학을 염두에 뒀던 때였다. 학원에서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을 몇 분 만났다. 그분들은 머리를 계속 쓰기 위해서라고 했다. 외국어는 새 단어일 경우 뇌에 새로운 자극을 주기 때문에 인지 저하(치매)에 효과적이라 볼 수 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 하겠다.”라고 했던 분은 한 달 다닌 후, 건강상 나오지 못했다.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렇게 사정상 빠지는 분이 있다 보니 아쉽게도 8회 강의로 마무리했다. 아직도 종종 안부를 물어온 분과 다시 개강할 때를 기다리며 혼자 공부하다 궁금한 점을 물어온 분이 있다.
암 투병 중에 배움의 열정을 가졌던 분의 마음과 절박함이 숙연하게 했던 강의였다. 그 상황이라면 나는 무엇을 하겠다고 할까.